핀란드 로바니에미, 라플란드
산타마을로 유명한 핀란드 로바니에미(Rovaniemi)에는 매력적인 볼거리가 많다. 북극권에 속하는 지역이라 여름이면 해가 지지 않는 백야를, 겨울에는 해가 겨우 1~2시간 정도만 뜨는 캄캄한 극야를 경험할 수 있고 북유럽의 로망이라는 오로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사람보다 순록이 더 많은 도시라고 하니 동화 속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까지 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겨울왕국 같은 이곳에도 문명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을법한 유명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맥도날드다. 로바니에미에 있는 맥도날드는 ‘세계 최북단에 있는 맥도날드’인데 이 북극 땅에서도 빅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2014년부터는 러시아 무르만스크에 새로운 맥도날드가 생기면서 세계 최북단 맥도날드 타이틀은 러시아가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핀란드의 비싼 물가 탓에 맥도날드를 자주 가진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기숙사에서부터 타고 온 자전거를 맥도날드 입구에 주차시키고 친구들과 함께 가게에 들어선 순간 '북극권에 있는 맥도날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초록 오로라가 펼쳐진 배경에 문장 하나를 넣은 간단한 포스터였는데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이 핀란드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 참 인상적이었다.
먹고 싶은 버거를 주문하고 기다리며 겉으로는 익숙한 곳에 온 것처럼 평온하게 행동하면서 속은 아주 들뜬 모습으로 매장에 있는 포스터를 사진에 담았다. 내 차례를 부르는 소리에 메뉴를 받으러 갔더니 직원이 내가 주문한 햄버거와 함께 엽서 하나를 건네는 게 아닌가. 햄버거집에서 엽서라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건 주문한 적이 없다고 말했더니 선물로 주는 거란다. 추운 북극 땅을 찾아온 관광객을 위한 이곳만의 특별한 엽서인 것 같았다.
멋진 오로라가 담긴 엽서를 받고 나니 북극에 있는 맥도날드에 왔다는 사실이 더 큰 설렘으로 다가왔다. 감자튀김도 왠지 더 맛있게 느껴졌고 그냥 모든 게 다 특별해진 느낌이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엽서는 그때 그 순간의 특별함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준 고마운 장치였다. 내가 어떤 곳에 있는지 ‘제대로’ 알게 됨으로써 그곳에서의 시간을 더욱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로라를 보며 햄버거를 먹는 일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순간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그런 특별함이 날마다 있는 것은 아니기에 보통의 하루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에도 ‘익숙해진 특별함’이 가득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단지 너무 당연해서 무뎌져 있을 뿐.
우리는 오로라처럼 멋지고 거대한 태양 아래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고, 은은하고 낭만적인 달빛 아래에서 차분한 숨을 내뱉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의 두 발이 묵묵히 딛고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소중하고 특별한 곳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