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스티까 Feb 13. 2021

핀란드에서 공병으로 돈 버는 법

핀란드의 공병 수거 시스템

핀란드 마트 한 구석에서 꽤나 큰 에코백을 들고 줄을 서는 사람들. 대체 왜 줄을 서고 있는지 궁금해진 나는 장보기는 잠깐 미뤄두고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챙겨 온 가방에서 나오는 건 다름 아닌 빈병들. 동그란 구멍이 있는 기계 속으로 빈병을 끊임없이 넣는다. 무언가 완료되었다는 소리가 나자 기계는 영수증 하나를 뱉어냈다.


핀란드에는 공병을 수거하는 기계가 있다. 마트에서 파는 캔이나 병을 확인해보면 용기에 대한 보증금 금액이 적혀있는데 음료를 다 마시고 병을 기계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핀란드의 공병 수거율은 매년 90%가 넘는다고 한다. 수거한 공병은 몇 가지 단계를 거쳐 새로운 병으로 탄생되거나 다른 물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핀란드 마트에 있는 공병 수거 기계. 동그란 부분에 병을 넣기만 하면 된다. 반환받은 보증금은 영수증처럼 나오는데 마트에서 계산할 때 같이 사용하거나 돈으로 바꿀 수 있다.


하루는 집에 있는 플라스틱 병과 캔을 챙겨 마트로 향하면서 나도 저 기계를 사용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페트병을 하나 넣는 것을 시작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캔을 넣자마자 오류 메시지가 나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오류 내용을 확인해보니 캔이 납작하게 찌그러져 있어서 바코드를 인식할 수 없는 상태란다. 이 기계는 병마다 다르게 매겨진 보증금을 확인하기 위해 병을 넣는 순간 겉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찍기 때문에 캔을 찌그러트리거나 페트의 비닐을 벗기면 소용이 없다. 한국의 분리수거 습관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 덕에 납작하게 찌그러진 캔은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낯설었던 이 기계도 어느새 나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되면서 ‘제대로 된 재활용’을 위한 핀란드의 노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모두’에게 편리한 접근성을 제공하면서 분리수거가 각자의 일상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핀란드의 이 시스템은 환경을 지키는 의무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환경과 인간, 서로에게 Win-Win이 되는 핀란드의 공병 수거 시스템 덕분에 나는 소소한 수익을 얻으면서 평화롭고 친환경적인 핀란드 라이프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전 06화 비건에 대한 첫 기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