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르사아사나, 언젠간 하겠지

나현

by 오늘도 나마스떼

다들 긴 연휴를 잘 보내고 계신가요.

명절 같은 휴일을 맞이하여 3, 4월을 보내느라 가빴던 숨을 뱉어내고, 긴 호흡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바쁨이 곧 악을 초래한다.’는 말을 되새겼으나, 무엇에 그리 쫓기듯 생활했는지 작년보다 더 숨 가쁘게 보내 새해의 결심이 무색해지는 나날들입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자 ‘부처님 오신 날’인데요. 어른과 어린이의 구분이 단순히 나이뿐만 아니라 형질상으로도 다른 점이 있어야 할 텐데라는 마음으로, 그 다른 점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어린이였을 때와 지금의 저는 연속적인 선상에 서 있기에 어떻게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들다가 곰곰이 돌이켜 보니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견디는 일을 조금 더 잘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기다리는(기다려야만 하는) 시간을 좀 더 잘 견디게 되었다고 할까요. 정규 교과과정 속에서 저는 학생으로서 그 나이라면(학년이라면) 응당 해내야 하는 과업을 건네받고, 이를 무사히 잘 완수하여야만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받는 것처럼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학생으로서의 과업은 일 년마다 갱신되면서 비교적 쉽게 그 과업의 완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조바심을 내면서 이를 완수하고자 안달복달하는 나날들이 많았던 기억이 지금도 아련히 떠오릅니다.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여겨지는 지금은, 각자 천차만별의 시간이 걸려 본인만이 그 완수 여부를 알 수 있는 과업을 스스로 생성하여 이루고자 애쓰면서 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규 교과과정 같은 과업이 없을뿐더러 이제는 누가 시킨다고 곧이곧대로 하지 않는 미운 어른의 나이가 되어버린 것도 같네요.


이제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이 스스로 생성한 과업을 짊어지고 가면서 종종 만나는 암초 같은 시간을 견디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최근에 읽은 소설에서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불완전함과 불확실함, 배제되는 느낌을 견디는 일을 의미한다. (중략) 기다리는 시간. 견디는 마음. 참는 눈빛. 상대가 준 것까지만 받고, 상대가 모르게 더 받았어도 고마움을 견디고, 다른 것을 내밀고, 마침내 주고받고, 또 다른 우리가 된다.”<소설 『동경』(김화진 작)>


라고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정의 내렸는데요.


결국 기다리고, 견디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어른의 시간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시점에 만난 요가는, 저에게 또 다른 기다림의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고 할까요. 요가원에서 접하게 된 대다수의 아사나는 생경한 느낌을 주었고, 도대체 할 수 있는 아사나가 없어서 좌절감만 잔뜩 안겨주었답니다.


처음 6개월 정도는 아사나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처럼 여겨져 정말 요가는 제게 맞지 않는 운동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다만 무리하지 않으면서 신체를 적당히 움직일 수 있는 운동으로 요가가 적합했고, 당시 필수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운동을 하지 않으면 무서운 도수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처음 6개월 정도는 아사나가 늘든 말든 무작정 요가원에 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무리 아사나가 늘지 않아도 본업이 아니어서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유지하기 쉬웠고, 요가 후의 개운한 느낌이 좋았기에 그 개운한 느낌만으로도 요가의 장점은 모두 누렸으므로, 그것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원에서는 선생님과 수련생들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현란한(?) 아사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도통 따라 할 수 없는 아사나를 할 때면 매트 위에 철퍼덕 주저앉아 선생님과 다른 수련생들의 모습을 구경하곤 합니다), 종종 눈이 돌아가면서 나 또한 못할쏘냐 하는 마음이 불끈 솟아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는 처음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점차 벽에 붙어서 하게 되고, 가끔 선생님의 마법 같은 핸즈온으로 잠시 성공해 본 기쁨을 맛본지라 현재 저를 가장 감질맛나게 하는 아사나라고 할까요.


그러나 늘 그랬듯이 기다리면서, 수련의 시간을 견디다 보면 어느새 선물처럼 시르사아사나가 제 몸에 착 붙어 여유롭게 하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많은 아사나들이 차례차례 각자의 시간에 맞춰 제게 왔고, 결국 그 아사나를 하게 되면 어린이날을 맞은 어린이처럼 설렌다고 할까요. 물론 지선 선생님이 핸즈온을 해 주신다면 그 시간이 더 빨리 올 것도 같습니다.


현아 언니는, 지난번 감기 몸살로 요가원에 잘 가지 못하다가 너무 답답해서 요가원에 다녀왔더니 코가 뻥 뚫렸다고 했었는데요. 감기 몸살 중에 요가를 하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사진 : 안나현作,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