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랑이 암 진단을 받았다
결혼을 두달 앞두고 일상이 무너져내리다
"검사 결과 뭐라고 나왔어?"
"...암 이래."
그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내게 대답했다.
얘기를 듣는 순간 어지러웠다.
이게 꿈인가?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싶었지만
얼른 정신을 차려야할 것 같았다.
"그럴 거 같더라. 잘 이겨내보자!"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활기차게 대답했다.
예상을 하긴 했었다.
신혼집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그의 목 왼쪽에 튀어나온 혹이 유난히 눈에 띄였다.
한동안 속으로만 '저게 뭐지?' 생각하다가 그에게 말했다.
혹이 있는 거 같다고. 병원 한 번 가보라고.
설마 암이겠어 싶었지만 걱정되었다.
그는 휴대폰을 켜서 검색해보더니
조금 있으면 없어질 수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혹이 보일 때마다 병원에 가보라고 했는데 말도 참 안 들었다.
그리고는 두달쯤 지났을까,
혹이 더 커진 것 같아서 병원 가보라 다시 말했고,
동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더 큰 병원을 가보라고 진단서를 끊어줬다.
그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대학 병원을 드나들었고, 그 검사 결과가 이제 나온 것이었다.
주변에 암 환자가 없어서 당혹스러웠다.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그리곤 기도를 했다.
잘 이겨낼 수 있게 인도해달라고,
그의 마음 평온케 해달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 일을 가야했다.
울적해있는 그를 집에 혼자두고 나가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연차를 낼수도 없는 일을 한다는 게 속상했다.
점점 공황 증상이 줄어들어서 이제서야 일상 생활이 가능해졌는데
결혼 두달 앞두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세상이 나를 괴롭히려 작정을 한게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 하필 지금인건지, 왜 그에게 이런 시련이 오는 건지,
'왜?'라는 단어가 머리에 수도 없이 떠다녔다.
절망스러웠지만 신세 한탄과 자기 연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지난 3년동안 공황을 앓아오며 깨달았기에 얼른 정신을 추스렸다.
눈물이 나면 울면서 쌓인 감정을 해소할 필요가 있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안 되기에.
일터로 가는 길에 동료 선생님이 전화가 오셨다.
좋은 일은 숨겨도 병은 널리 알리라고 했지.
그래야 해결방법을 빨리 찾는다고..
"쌤...."
"왜 그래요?"
선생님의 대답을 듣자마자 눈물이 터져나왔다.
"남편이 암이래요..."
"어휴.. 많이 놀랐겠다"
선생님은 따뜻한 목소리로 위로해주셨다.
"갑상선 암이라는데 혹시 아시는 것 있으세요?"
"주변에 갑상선 암 걸리신 분 있는데 완치할 수 있는 암이라서 수술하고 한달정도 요양하다가 일상 생활 하더라구"
"아.. 완치된다니 다행이네요."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