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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채로운 윤슬 May 27. 2024

전우애가 생겼다

그와 같이 찍어놓았던 사진을 보고 있는데

몇년 전에 내가 썼던 쪽지가 보였다.

SNS에서 본 글이 마음에 들어 따로 적어둔 것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함께 데이트를 할 사람을 찾기보단
비 오는 날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다.

  

가만히 쪽지를 읽던 내가 그에게 말했다.

"에이, 내가 이거 잘 못 적었네!"

"왜? 난 좋던데?"

"화창한 날씨에도 데이트 해야지. 비 오는 날에 데이트하고싶다고하니 힘든 일만 잔뜩있네"


앞으로도 비오는 날을 피할 수 없겠지만, 화창한 날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공황장애로 버스 타는 것도 힘들어 일상 생활도 찼을 그 때, 그는 옆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봐주며 힘든 시간을 같이 이겨나갔다.


이제는 그 때 그에게 받았던 사랑을 나눠야할 때인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힘을 북돋아주며 사랑의 또 다른 면을 발견했다.


바로 전우애.



어릴 땐 남녀 사이에 릿한 설렘이 사랑이라 생각했었기에 전우애로 살아간다는 부들의 말이  프게 다가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우애가 얼마나 애틋한 감정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은 다양한 긍정적인 요소가 섞인 감정이었다.


가슴 두근거리는 도파민이 쏟아지는 시간은 짧으면 3개월, 길면 2년이라고 한다. 그 시간 안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서로 관계가 두터워진다.






와 함께 아빠 농장에 갔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산골 구석에 있는 농장에 도착해 그에게 포도와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걸 보여줬다.



불편한 걸 싫어하는 깔끔한 그가

아빠 농장에 온 게 믿기지가 않았다.


안그래도 그와 결혼 준비할 때 농장 문제로 다툰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빠 농장 한번씩 가서 일을 돕는 게 힐링라서 결혼을 하게 되면 함께 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는 주말에는 쉬어야하기에 자주 가지 못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빈 말도 하지 않던 그와 함께 농장에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숯에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밭에서 상추와 깻잎을 따왔다.


기분 좋은 봄바람이 볼을 스쳤다.

새소리를 들으며 갓 따온 채소에 고기를 쌈 싸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농장에 초대했었고

지겨울 정도로 바베큐를 해먹었는데

느때보다 밥이 가장 맛있고, 평온한 순간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맨발 걷기를 하러 이동했다.

발로부터 몸에 쌓인 독소가 배출된다고해서 수술 날짜까지는 최대한 건강 관리를 려고 했다.


맨발 걷기가 처음인 그는 우물쭈물하다가 를 따라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오랜만에 걷는 황토길이라 기분이 상쾌했다.

발바닥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 하나하나에 시원함이 느껴졌다.



30분정도 걸었을까, 음악 콘서트 시간이 다 되어 서둘러갔다.

학창시절에 유명했던 가수들의 콘서트였다.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왔던 곡을 오랜만에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안 그래도 요즘 사춘기 시절에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는데,

가수들을 직접 만나서 목소리를 실제로 들으니 참 좋았다.


디지털 음색과 아날로그 음색은 차원이 달랐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가 참 좋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도 의미가 컸다.

그들도 오랜만에 받는 환호에 기쁘다고, 감사하다고 했다.


음악이란 참 신기하다. 그 노래를 들었던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만 같다.

세상 물정 모르고 꿈만 가득했던 학창 시절이 너무나도 그리운 요즘이다.


신나게 공연을 즐기던 중에 옆에 앉은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는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래, 좀 그렇게 풀면서 살지..

왜 그렇게 뻣뻣하게 살았을까.


무대를 집중해서 보는 그를 보며

앞으로는 문화생활을 자주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야지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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