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채로운 윤슬 Jul 15. 2024

예비 신랑의 항암 치료


그가 없는 신혼집에서 그와 찍은 웨딩 사진을 보며

그 때 참 행복했는데.. 추억에 젖어들었다.


사진을 보니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

신혼집에서 혼자 지내며 그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그와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그는 내게 큰 안식처였다.

그가 보고 싶었다.


퇴근하는데 텅 빈 집에 괜히 들어가기 싫었다. 조용한 집에 괜히 들어가기 싫어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한참을 앉아있다가 집에 들어가곤 했다. 본가에서 지내는 그는 매일 밤, 카톡으로 혼자 심심하지 않냐 안부를 물어보았다.






그의 퇴원 후, 홀가분한 마음이 든지 얼마되지 않아 귀에서 이명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한번씩 그랫는데 이젠 매일 이명이 들려서 뭔가 잘 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에 되니 이명도 들리지않고 귀가 먹먹해지는 순간이 자주 생겼다.


그에게 방문했던 이비인후과가 어디냐 물어 병원에 들렸다. 청력 검사를 받으니 정상이라 일주일간 약을 먹으며 상태를 보자고하셨다.

병을 더 키우지 않고 바로 병원에 잘 왔다고하셨다.


더 궁금한 것 없냐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혹시 그를 기억하냐 물으니 이름으로는 기억을 잘 못한다면서 진료 기록을 찾아보셨고,

"아, 많이 부어서 온 환자였는데.."라고 말씀하시며 그가 수술한 대학병원으로부터 치료가 잘 되었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하셨다.


뼈나 다른 장기에 이전은 없었다고, 림프절 전이가 많아서 목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다 절개했는데 혹시 그러면 2기가 넘는거냐고 여쭤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 정도면 2기가 넘는다고 하셨다.


뭔가, 울컥했다.

1월부터 그의 목에 선명하게 드러난 혹을 보았는데, 6개월동안이라면 병이 커졌을 수 있냐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1월이요?"라고 반문하시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 때 오셨더라면 치료도 잘 되었을 거고, 예후도 좋았을텐데..."

젊은 남자에게 6개월이라면, 암 전이가 많이 되었을 시간이었다.


초반에 병원에 갔더라면 목에 상처도 없이 수술이 가능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나간 일 어찌하겠나.

이것도 하늘의 뜻이겠지.


그런데 대체 하늘의 뜻을 이해할 수 없는지 수년이 흘렀다. 이 시간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시는지 알고 싶었다.

 





그 다음주 목요일, 그는 재검사를 받으러 대학병원에 들렸다. 호전이 잘 되고 있다고 했고 항암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했다. 먹는 약으로하는 항암 치료라 3일 정도 입원하면 된다고 했다.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다른 대학 병원으로 가야했다.


타 대학병원에 진료를 예약해서 같이 들렸다.

나와 단 둘이 진료받으러간 건 처음이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은 진료 차트를 꼼꼼하게 보시고나서 "전이가 많이 됐네" 말씀하시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해주시면서 "혹시 결혼은 했나요?"라고 물어보셨다.


그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태라 내가 대답했다.

"원래 내일 결혼식하기로 날 잡아놨었는데 취소했어요."

말을 뱉으면서 스스러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아무 일 없었다면 다음주쯤이면 신혼여행을 갔을텐데…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가고 신혼 생활을 누리는 게 평범한 일인줄 알았는데, 내겐 꿈같은 일로 다가왔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환자와 무슨 관계냐 물어보셨다.

여자친구라 대답했다.

의사 선생님은 항암 치료 이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피임을 꼭 잘 하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내 나이를 물어보셨다.

대답하니 의사 선생님은 놀라셨다. 사회적으로 말하는 노산이라는 나이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이를 갖고 싶다면 계획을 잘 세우라고 하셨다.


아이를 너무 갖고 싶었는데,

친구들의 아이들을 보면서 타인의 눈에도 이렇게 이쁜 애기가.. 내가 낳은 아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닮은 아기라면 얼마나 이뻐죽을까 상상을 하곤 했는데... 아이를 갖는 게 쉽지 않은 여정이 될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아기 천사가 찾아오는 것도 모두 기적같은 일이다.



항암 치료 안 받고 산에 들어가 살면 어떨까

생각까지 들었지만

자연 치유를 하다가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상황을 많이 보았기에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겠지... 싶었다.



밥을 먹을 때에도 시원하게 삼키지 못하고

체력이 좋던 그가 외출해서 몇시간이 지나면 목이 부어 힘들어하는 그를 보면서

수술 잘 끝나고 퇴원만 하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았다.




이전 11화 한국인들이 암 폭증하는 진짜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