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방을 지나면 어둠의 방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어둡긴 하지만 나무로 만든 창살 사이로 스며드는 빛 때문에 이곳 역시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
시간을 온몸으로 견뎌낸 듯한 낡은 바이올린과 꺼져가는 모닥불의 불씨같은 백열등이 오랜 친구처럼 놓여있다.
아이스크림 라떼가 이곳의 시그니쳐음료였다. 진한 우유의 고소함과 풍성한 커피의 맛이 적당히 달달하고 씁쓸해서 좋았다.
문득 어린 시절 처음 방문한 친척집의 오래된 다락방에 올라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어두컴컴한 계단을 두근두근 기어 올라갔다. 발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던 오래된 나무계단의 비명은 내 작은 가슴을 두 방망이질 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린 내게는 그 일 미터도 안 되는 계단을 오르는 시간이 몇십 분처럼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두려운 마음으로 힘겹게 올라간 계단의 끝에는 다행스럽게도 작은 창이 뚫려 있었다. 그 작은 창으로 비치는 햇빛은 오래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같이 성스러운 구원처럼 느껴졌다. 작디작은 내게 그 경험은 시간이 멈춘 듯 경이로운 느낌으로 각인되었다.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만났던 그 구원 같던 빛이 절실한 요즘, 미쿠니는 시간이 멈춘 듯 빛과 어둠이 공존하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