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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Apr 15. 2022

송악산

언제 찾아도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따스한 바로 그곳

왼쪽으로는 신비로운 산방산이 오른쪽으로는 두 동강 난 섬이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은 형제섬이 보인다.

형제섬은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이 작은 섬의 머리를 내리쳐 두 동강이 난 것 같은 모습이다. 정확히 말한다면 세동강이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온전히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고 하기에는 두 섬의 갈라진 면의 크기와 아귀가 서로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운데 있던 형제는 오래전에 있었을 제주도의 화산 폭발에 희생되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버린 것은 아닐까?

어쩌면 형제섬의 두 형제는 오랜 세월 서로를 마주 보며 잃어버린 다른 형제를 그리워하고 있는 중 인지도 몰랐다.

산방산과 형제섬을 아우르는 거대한 한라산을 배경으로 유유자적 바다를 미끄러져가는 마라도 유람선

오늘따라 유난히 시리도록 파란 바다였다. 바다는 하늘빛을 그대로 닮는다는데 오늘 하늘 또한 그러했다. 제주시에서 보는 한라산보다 조금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한라산은 양팔을 벌려 산방산과 형제섬, 그리고 거대한 바다를 아우르고 있었다.

매년 봄이 되면 청보리 축제가 열리는 가파도-


오늘 본 가파도의 모습은 고운 입자의 파슬리가 골고루 뿌려진 얇은 도우의 피자 같은 정겨운 느낌이었다. 아마도 배가 고팠던 탓이 컸으리라...



거대 괴수의 발톱이 할퀴고 지나간 듯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드러난 퇴적층

거대 괴수의 발톱이 할퀴고 지나간 듯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거칠게 드러난 퇴적층은 장엄한 고목의 나이테처럼 제주도가 살아온 오랜 시간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송악산 둘레길을 돌고 나오는 길에 마주한 샛노란 유채꽃 밭

느린 걸음으로 한 시간 가량 송악산 둘레길을  빠져나오니 노랗고 파란 원색의 풍경이 내 망막을 덮쳐왔다. 얼마 만에 보는 자연 속의 노란빛일까? 지금 이 송악산이 뽐내고 있는 노란빛은 좋아하는 작가인 고흐의 그림 속에서 많이 보았던 그 노란색과는 또 다른 느낌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흐의 노란빛이 우울함이 고통에 겨워 꿈틀대는 그것이라면 지금 이곳의 노란빛은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는 산뜻함 그 자체였다.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어우러진 봄의 송악산의 모습은
자연이 연주하는 한 편의 교향악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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