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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Aug 12. 2024

여행 속 여행, 그리고 감사함



"굿모닝!"

"... 모닝.."

우크라이나 친구 젠야( 나는 이자냐라고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정확한 발음은 젠야라고 했다.)가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혹시 무슨 일 있어?"

그가 번역기를 열어 무언가를 열심히 치더니 내게 보여줬다.

" I am ill."

그가 보여 준 영어만큼 그의 표정 역시 우울했다.

"감기야?"

"아니, 잘 모르겠어. 뭔가 바이러스 같은 것에 감염된 것 같아. 온몸이 아프고 힘이 없어."

우크라이나 친구 젠야는 이 호텔에 반년 째 머물며 언제나 6시에 기상을 했다. 그리고 내가 군대에서 했던 육군 도수 체조 같은 체조를 실시한 후 동네 산책을 다녀와 맛있게 담배를 태운다. 가끔 내가 7시가 넘어 나오면 그는 내게 오늘은 지각이네라며 놀리듯 유쾌하게 말을 건네곤 했다. 그렇게 유쾌하던 친구가 아프게 되니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무리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도 오랜 타향살이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모양이었다.

과거 나도 열심히 흡연을 하던 시절이 있던 터라, 그의 여름 감기의 원인이 흡연일 것 같은 짐작이 있었지만 그에게는 일부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우리나라 담배인 '에쎄' 애호가였던 그가 아픈 와중인 지금도 담배를 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르긴 해도 그 역시 감기의 원인이 흡연이라는 것 정도는 이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오랜 타향살이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그에게 남은 유일한 탈출구가 담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담배연기를 날리는 그의 그늘진 얼굴이 무척이나 대조되는 아침이었다.





이제 내게 남은 발리에서의 시간은 딱 2주였다.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했다. 일단, 서핑 수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남은 기간 동안 적어도 초보자 수준은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은 주말은 모두 서핑에 헌납하기로 했다. 내가 지내는 이곳 짱구에서 서핑수업을 받는 쿠따까지의 교통체증이 심했기 때문에 나는 주말을 이용해 수업을 받기로 했다. 그나마 주중보다는 주말의 교통 상황이 좀 나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주중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지난달의 갑작스러운 우붓여행 이후, 이 숙소에 너무 오래 머무른 감이 있던 참이었다. 매일 번갈아 나오는 숙소의 조식도 슬슬 물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미루고 미루던 발리 남부투어를 실행하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클룩 어플에 있는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과 불안한 평점들로 그냥 내가 직접 다녀보기로 했다. 낯선 가이드와 하루종일 동행하며 이곳저곳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보다 지난번 우붓여행과 같이 저렴한 숙소를 하나 구해 바이크 택시를 이용해 천천히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 우선 저렴한 숙소부터 구해야 했다. 지난 우붓 여행에서 겪었던 8명이 한 방에서 지내는 도미토리룸의 악몽이 떠올랐다. 유튜브를 보며 갑자기 큰 소리로 웃어 재껴 내 새벽잠을 깨던 이도, 대놓고 큰 소리로 내며 가스를 배출하던 어떤  서양인도 기억났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며 당분간은 다신 오지 말자고 다짐했던 것도 생각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게 묘하게 설레는 느낌이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동시에 내게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건강함을 주신 신께 감사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었다. 건강한 신체와 행복한 가정, 평화로운 나라. 내게 주어진 것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감사함을 느꼈다.

그렇게 나의 여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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