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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Aug 13. 2024

마침내, 아픈 날




감기에 옴팡 걸린 젠야와 아침인사를 나눈 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영을 하고 아침 식사를 했다. 내일의 여행을 위해 숙소와 발리 전통공연 티켓을 예약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목이 아파오더니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아차 싶었다. 그 짧은 시간에 감염된 거라고?

하지만 아픈 목은 해가 질 무렵까지 더욱 심해졌다.



하긴 그동안 이 비루한  몸뚱이께서 잘 버텨주긴 했다. 오십이 넘어가며 여기저기 이상 증세를 보이던 몸은 급기야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하게 만들었고 계절마다 감기를 달고 살게 만들었다.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그동안 무탈했으니 이제는 좀 아플 때가 되긴 했다.



하지만 아프다고 그냥 넋 놓고 쉴 수는 없었다. 하필 내일 남부지역을 여행하려고 숙소와 공연 티켓을 모두 예약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얼른 취소절차를  알아봐야 했다. 취소를 하려니 티켓은 환불이 안되어 그대로 예정된 시간에 관람을 해야 했다. 대신 비용이 비싼 숙소 예약은 취소가 가능해 다행이었다.



취소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이번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도 이렇게 쉬어놓고 내일까지 쉬게 된다고 생각하니 소중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제 발리에 머무는 시간은 채 2주도 채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기 배낭여행에서 서두름은 금물이었다. 자칫 하루 이틀의 시간이 아깝다고 무리를 하다가 큰 병이라도 앓게 되면  남은 일정 전부를 취소햬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건강과 행복은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안다고 했던가? 그동안 무던히도 잘 버텨준 내 몸과 마음, 이 여행을 가능하도록 만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매일매일의 여정을 보다 의미 있게 기록할 수 있는 힘을 북돋워 준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내일 하루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내일은 마음의 여행이다.



감기에 걸렸디고 하니 꽃보다 예쁜 그녀 작가님이 권해주신 생강차.  머나먼 타국에서 신통한 효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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