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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를 써보려고 해요

by 함지연

이사를 오며 많은 물건들을 정리했지만, 자녀들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숙제로 썼던 그림일기 몇 권을 챙겨 왔습니다. 정작 본인들은 버리라고 했는데 차마 버리지 못했어요. 여전히 내게는 소중하니까요.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일기장을 넘겨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엄마인 내가 미처 놓쳤던 부분을 아이의 눈으로 다시 보게 되기도 해요.

아이는 부모를 배우고 자라지만, 부모 역시 아이를 보고 배우고 자랍니다. 아이들의 일기장을 넘겨보며 나도

일상의 한 장면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일파스텔이라는 그림재료가 있습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 있는데요, 유년 시절에 누구나 친숙하게 만지고 다루었던 크레파스 또는 크레용을 말합니다. 어릴 때, 색이 많은 크레파스를 가진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이 상자 가득 담긴 모습은 정말 예뻐요.


이제 나는 72색 또는 120색이 든 크레파스나 색연필을 주저하지 않고 살 수 있으니 이럴 때는 어른인 것이 참 좋습니다.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딸이 한동안 그리다 밀쳐놓은 오일파스텔을 꺼내어 그림일기를 시작합니다. 취미에 진심인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판을 샀고, 오일파스텔 그림 관련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해 와서 읽었으며 그림공방에서 하는 원데이 클래스에도 참여했습니다.


나는 아직 어두운 숲길을 걷는 중이지만, 반짝이는 알갱이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습니다. 보석 같은 행복의 순간들을 기억하며 남은 길을 걸을 힘을 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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