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함 대신 찾아온 것
교사라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방학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학생들처럼 방학 내내 학교에 가지 않거나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직업 특성상 휴가를 학기 중에는 거의 쓰지 못하는 점을 생각하면 방학이 없는 교직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이번 방학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깨어있는 시간을 백으로 본다면 구십은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매일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힘겹기도 했지만 사소하게 보여도 조금씩 확실하게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값진 기회이기도 했다.
뜨거운 태양, 상쾌한 파도 소리로 가득했던 여름방학의 낭만을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8월이 다 되어서야 늦바람이 불어왔다. 예전처럼 즐거운 휴가를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뒤늦게 밀려왔다. 그래서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놀아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잠깐씩 술자리를 가지거나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작정하고 여행을 간 것은 아들이 태어나고 처음이라서 기대가 컸다. 코로나 때문에 이전과 같이 여행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아들이 없던 시절 친구들과 바닷가를 찾았던 자유로운 즐거움이 새삼 떠올랐다.
바다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예전과 달랐지만 우리는 서서히 남편, 아빠의 역할에서 벗어나, 십 대처럼 웃고 떠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가기 전에는 별로 좋아하던 기색도 없던 친구가 오히려 나보다 더 신나서 놀고 있었다. 늙고 무거워진 몸뚱이들이 바다에 가볍게 둥둥 떠다녔다.
나도 덩달아 이 순간만큼은 잊자는 마음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해가 지는 바닷가의 풍경을 감상했다.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 최고조로 향하고 있었고 친구들은 더 멀리 나아가며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친구들을 따라가려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즐거워질수록 이유 모를 허전함도 같이 느껴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방학 내내 안아 들고 있던 아들이 내 손에 없다는 사실에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아들과 함께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재미있는 것, 새로운 것을 보여주면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아빠가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면 다 웃어주는 아들이 이 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신나서 즐거워할지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은 실패해버렸다.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