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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Sep 23. 2024

키즈카페 선택법

키즈>카페? 키즈<카페?

 습관적으로 키즈카페에 간다. 일반 카페를 가는 것보다 많이 가는 것 같다. 보통은 집이나 놀이터, 공원 등 여러 곳에서 아들과 논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 없는데 놀아야 할 때 또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놀 수 있는 곳을 찾다보면 결국 키즈카페가 만만해서 집 주변의 여러 키즈카페를 지도도 없이 척척 찾아갈 정도다.


 포인트제도가 있어 한 곳만 꾸준히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하나, 데려가는 아빠의 입장에서 한 곳만 다니는 것은 조금 불편하다. 마음에 드는 음식점이나 상점이 생겨 자주 가게 되었을 때, 대놓고 아는 척을 하거나 말을 걸면 불편함을 느끼는 부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또 한 곳만 다니면 지겹다. 내가 노는 것도 아니지만 매번 같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시간이 좀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 든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작업 패턴도 눈에 익을 정도로 익숙해지고 매번 똑같은 개선할 점이 전혀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 더 싫증이 난다.


 그래서 여러 곳을 알아두고 내 기분, 재정 상태, 차가 막히는 시간 등에 따라 장소를 바꿨다. 때에 따라서는 조금 멀리 있는 다른 동네에 키즈 카페를 가기도 하고 신상 키즈카페가 근처에 생기면 꼭 가보고 혼자 백종원처럼 미간을 찌푸리고 스캔한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하찮은 리뷰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집 주변에 있는 웬만한 곳은 다 가보고 아들을 키우는 중에 이사도 하고 또 다른 동네에 가서도 그런 일을 반복하게 되니 나름 키즈카페를 보는 안목이 생긴 것 같다. 게다가 아들은 계속해서 성장하니 아들의 발달에 맞게 또 새로운 키즈카페를 찾고 기존의 키즈카페를 새롭게 바라보는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소믈리에 마냥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여 지금 아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키즈카페를 추천하곤 했다. 그러면 아들은 좋다고 했고 우리는 비교적 잘 맞는 콤비 같았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아들은 달라졌다. 말도 조리 있게 하고 키즈카페 이름도 기억하더니 내가 추천하는 모든 것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아니, 0000 갈꺼야."

 "아니, ㅁㅁㅁ 가고 싶은데."


 물론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좋다고 해서 과감히 키즈카페 소믈리에 자격을 내던졌지만 의문이 들었다. 이자식이 키즈카페를 결정하는 기준은 뭘까. 4살 밖에 안됐지만 나름 기준이나 취향이 있지 않을까. 몇 번을 가다보니 패턴이 보이는 듯 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지 맘대로였다.


 우연히 유치원 친구를 두 번이나 만나서 한동안 같은 키즈카페를 반복해서 간 적이 있다.  또 키즈카페 이름을 알려주었더니 반복되는 글자가 재밌었던지 처음엔 비슷한 글자로 바꿔서 부르더니 나중엔 똥, 풍, 빵 등 여러 가지 소리로 바꿔서 부르면서 그 키즈카페만 계속해서 간 적도 있다. 그리고 달을 가다가 갑자기 추천 리스트에 없는데도 불쑥 말해서 곳을 가는 적도 있었다.


 아무리 분석해봐도 지멋대로였다. 뭐 그래도 상관없다. 본인이 선택해서 경험하는 것도 다 배우는 것이고 하루 하루 행복하고 열심히 뛰어놀았다면 그게 맞으니까. 근데 가끔은 아빠가 추천해주는 곳을 가주면 좋을 것 같다. 아니, 거기 커피가 맛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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