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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다 Oct 14. 2020

24. 죄책감없이 헬스장 안 가는 방법

메뉴판을 펼쳐 헬스장이 아닌 다른 운동을 골라보자.
















































Day 24


어떤 일이든 아주 가끔은 

의욕이 넘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지루한 줄 알았던 소설책이 한순간에 흥미진진해지거나,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리기 시작해 이제 막 재밌어질 타이밍에 멈춰야 한다면, 나는 아주 진득한 아쉬움에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 기분은 마치 몇 시간 동안 공들여서 겨우 불을 피워놓고

이제 장작만 넣으면 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느낌과 같다.


하지만 재밌는 부분을 남겨두고 일어나면,

다음 날엔 장작을 던져 넣으러 전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게 불 앞에 앉을 수 있다.


전 날에 넘치는 의욕만큼 운동을 하지 못했던 나는 평소보다 더 오랫동안 운동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장작불 법칙은 운동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과연 오늘 아침은 뭘 먹어야 하는지’

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하다,

문득 운동도 메뉴 고르듯이 쉽고 죄책감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바쁜 아침에는 간단한 샌드위치를 선택하기 마련이고,

근사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을 땐 근사한 음식을 찾는 게 당연한 것처럼


운동도 상황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언젠가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한 적이 있었는데

어제보다 운동을 더 오랫동안 하지 못하거나

계획대로 하지 못했을 때 정말 거대한 죄책감을 느꼈었다.

하루라도 정체된 느낌이 나를 끊임없이 달리도록 채찍질한 것이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닭가슴살을 왜 어제보다 더 못 먹느냐고 

나 자신에게 화를 낸 것과 같았다.

그 당시에는 같은 운동을 질리지도 않고

무식하게 해낸 것이 사뭇 경이롭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힘든 날을 보낸 날은

운동다운 운동을 못했다는 죄책감보다는

피로를 푸는 스트레칭을 하고,

과식을 해서 운동 욕구가 불타오를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운동을 하는 것에

이제는 그다지 죄책감이나 조바심을 느끼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먹고 싶은 음식을 먹듯이 

몸이 원하는 운동을 한 것뿐이니까.




요즘은 체크리스트를 쓰기 시작했다.

거창하게 다이어리를 사는 건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니,

그날그날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휙 버려버린다.


그다지 계획 없이 살던 일상에서

어쨌든 달성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과제가 생겨버리니

자연스럽게 하루의 우선순위를 정렬해보게 된다.


'매일매일 운동하기' 챌린지를 하면서 얻은

생각지도 못한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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