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을 치우는 것까지 레슨입니다.

by 미래

레슨을 시작했다. 배드민턴을 더 잘 치고 싶어서. 배우지 않으면 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도 남부럽지 않게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레슨 시간은 많아야 거의 20분가량. 동작 하나를 배우는데 충분하다면 충분할 수 있지만, 제대로 완성하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나 같은 초보에게는 턱 없이 짧은 시간이다. 배우는 시간보다 솔직히 익히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배운 것을 까먹지 않고, 머리로 이해하고 몸이 기억할 때까지 하려면, 어쩌면 레슨보다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아서 레슨 시간이 짧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20분 안에 스윙에 대한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레슨 동안 하나의 기술 중 그것도 작은 단위로 끊어서 스윙하는 법을 배운다. 레슨마다, 코치선생님 스타일마다 다르겠지만, 초보인 나는, 그중에서도 운동신경이 부족하고 배우는 데 오래 걸리는 나는 한 스텝 한 스텝 끊어서 배우게 된다. (나도 한 번에 잘하고 싶은데.)

반대편 코트에서 코치선생님이 수십 개의 공을 던져준다. 하지만 그중 정확한 동작으로 제대로 공을 맞추는 일은 손에 꼽는다. 수많은 공이 날아오는데도 코치선생님이 인정하고, 내가 만족한 공을 치는 확률은 ‘아직’ 너무 낮다. 시간이 지나고 좀 더 배운다면 ‘아직’이 아니라 ‘그땐’이 되리라 믿는다.


레슨이 끝나면 직접 내가 친 곡들을 치우고 정리해야 한다. 코트에 널린 수십 개에 달하는 콕을 치우는 시간은 자기반성의 시간이다. 레슨 후 가장 좌절하고 우울해진다. 코트에 널린 셔틀콕들을 치우며 ‘난 왜 못하는가’ ‘언제쯤이면 잘할 수 있을까’를 수 없이 되뇐다. 오늘, 방금 배운 레슨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머리로는 분명 알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게 억울할 지경이다. 콕을 하나씩 모으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이때 콕을 치우며 멘털을 잘 잡고 버티는 게 중요하다.


말은 쉽게 했지만, 레슨 후 멘털을 잡는 게 쉽지 않다. 여전히 잘 못하는 부분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감정 컨트롤이 안되고, 이런 모습들이 표정에 다 드러난다. 스스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코트 안에서 멘털이 무너지는 스스로를 보게 되면, 한 없이 약하고 작아진다. 그러면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시작한 지 얼마 되었다고, 여기서 그만두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렇다면 일어서는 것 역시 나의 몫이다. 다시 하면 된다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버티면 언젠가 잘하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말이다.


이렇게 레슨 받는 동안 친 공들을 모두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자기반성과 깨달음까지 느껴야, 레슨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채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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