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by 미래

“처음보다 많이 늘었는데요” 같이 레슨 받는 한 아주머니께서 셔틀콕을 정리하는 중에 말씀하셨다. 코치선생님한테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에 살짝 당황은 했지만, 조금이라도 느는 모습이 보이는구나 하고 안도했다. 내심 좋았던 기분을 숨기며 “아직 멀었죠”라는 말로 대신했다. 여전히 배울 게 너무 많고, 아직도 나의 수준은 게임 들어가면 실수 많고, 자세도 잘 안 잡힌, 초보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늘었다’는 자만에 빠지기엔 너무 일렀다.


6개월을 배드민턴에 빠져 살았는데, 조금은 늘어야 했다. 평일은 아침, 저녁으로 레슨 받고, 주말에는 여섯 시간씩 게임하러 다니며, 온전히 배드민턴에 시간을 쏟았다. 그동안 열심히 했던 보람이 있었다. “혼나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고, 잘 치고 싶어서 스트레스받고 있어요.”그래도 조금이라도 늘어서 다행이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스트레스받아야 빨리 는다’라고 하셨다. 그만큼 잘하고 싶은 열정 큰 거라고.

나도 내가 느린 사람이란 걸 알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잘 치고 싶은 마음은 넘치고, 배드민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있는데 그에 비해 늘 실력이 제자리인 거 같아서다. 같이 게임을 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조급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스트레스는 받아도 조급한 마음을 반쯤 내려놓았다. “아직도 안 늘었냐는” 농담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말이다. 조급하다고 빨리 되는 건 아니니까. 느리더라도 될 때까지 포기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의 속도대로,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는 믿음이 있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자”는 마음을 계속 다잡는다.


보통 게임을 3시간 친다고 하면, 레슨은 10~15분 정도이기에 사실 평소 운동량에 비하면 너무 적어서 아쉬울 정도다. 이제 막 몸이 풀린 거 같은데, 끝나기 때문이다. ‘늘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동안 레슨 시간은 짧더라도 거르지 않고 레슨을 받아왔던 게 효과적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


시간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걸을 느낀다. 짧은 시간이라도 얼마나 집중해서 하냐가 실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배운다. 내 마음이 조급하다고 해서 빨리, 많이 하는 건 의미 없다. 적은 시간을 들여도 그 시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더 성과를 내는 일임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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