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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Sep 10. 2021

미래세대에 대한 이해(2)

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미래세대에 대한 이해(1) 편에서 계속>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는 서서히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경제성장률은 70년대나 80년대에 비해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연평균 7% 수준으로 나쁘지 않았다. 10% 넘는 성장을 이루다 한 자릿수로 경제성장률이 줄어든 것이 기업에는 부담이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리띠를 졸라맬 정도는 아니었다. 기업에서의 취업문은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취업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대학생들 중에는 취업을 준비하거나 토익, 토플 등 어학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기업에서의 인재 선발 수준도 학점조차 보지 않고 뽑던 그 이전에 비해 높아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학을 졸업하면 힘들지 않게 취업할 수 있는 시기였고 직장에 대한 개념도 그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상당수 기업에서 연봉제가 도입되기 시작하고 직원들 간 경쟁의 개념이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한 번 직장은 영원한 직장’이라는 생각이 강했고 이직을 하는 사람들을 비딱한 눈으로 보던 시기였다.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정규직이었고 명예퇴직이라는 용어는 들어보지 못한 낯선 단어였다. 이 시기에도 여전히 직장은 가정에 우선하는 곳이었고 야근이나 철야, 주말 근무가 당연했으며 밤늦게 퇴근한 후 동료들끼리 어울려 2차, 3차씩 새벽까지 술자리를 오가는 일이 흔했다.


반면에 사회적인 환경에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민소득이 오르고 우리나라의 GDP 수준이 꾸준히 증가하여 세계에서 11위~13위 순위를 오가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1990년에 2,970억 달러였던 GDP는 1996년에는 5,980억 달러까지 2배 가까이 가파르게 뛰어오른다. 이에 따라 모두 다 가난했던 시절에서 벗어나 소득에 불균형이 나타나고 빈부격차가 생기기 시작한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988년까지만 해도 강남은 평당 290만 원, 강북은 평당 320만 원이었던 아파트 가격은 1991년에 797만 원 수준으로 급등하지만 이후 2000년에 평당 957만 원 수준까지 10년간 연 2% 상승에 그치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1989년의 대학 등록금이 자율화되기 시작하면서 대학 등록금은 폭등하기 시작하여 물가 상승률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사립대의 등록금은 1990년에 11.8% 인상된 데 이어 1996년까지 7년 동안 매년 15% 가까이 그야말로 폭등을 기록했다. 비록 우골탑이라는 가슴 아픈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소 한 마리 팔면 보낼 수 있던 대학이 집 안에 있는 모든 소를 팔아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등록금이 벅차지기 시작했다. 비록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직장에 들어가 열심히 생활하고 부지런히 돈을 모으면 목돈을 장만할 길은 남아 있었다. 1991년부터 1998년까지 평균 금리는 10.3%로 꽤 높은 편이었던 반면 집값은 안정을 기록했으므로 부지런히 벌고 아껴 쓰면 내 집 장만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1997년 말에 터진 외환위기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으면서 그들의 요구 사항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는 그동안 안정적인 성장을 누려오던 경제와 기업 경영에서 그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IMF의 주요 요구 사항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반영하는 정부 역할의 축소와 규제 완화, 민영화, 자본의 자유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 동안 혹독할 정도의 긴축경제정책으로 연간 이자율이 30%를 넘게 치솟기도 하고 1998년 초에는 매달 3,000개의 기업이 도산하고 하루 실업자가 1만 명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IMF의 요구로 인해 노동 시장 유연화 정책이 도입되어 정리 해고와 파견 근무제가 도입된다. 이전까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고용 제도의 확산으로 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임금에 있다. 정규직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남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예전에 비해 줄어드는 등 중산층의 급격한 감소가 일어난다. 반면에 고소득층의 수익 증가와 함께 더욱 큰 부자가 되고 더욱 가난한 사람이 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다.


산업과 경영형태에도 변화가 나타나 이전에는 고르게 성장하던 산업이 반도체, 자동차, IT 기기 등의 분야에서는 고성장을 하지만 가죽, 신발, 인쇄, 의복 등의 산업은 성장이 저조하거나 역성장을 하는 등 산업의 양극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산업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근로자 사이에서도 임금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기업에서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도입되고 고용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규직 인원들이 비정규직으로 전환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고임금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저임금이나 임시, 일용근로자 등 비정규직 중심의 일자리가 대폭적으로 증가하면서 암암리에 가지고 있던 평생직장이나 종신고용에 대한 환상은 깨지기 시작했다. 기업은 경영위기를 핑계로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을 대폭적으로 삭감했다. 그렇게 한 번 삭감된 복리후생 수준은 지금까지도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기조도 공격적인 성향에서 안정적인 성향으로 돌아서 기업 밖으로 흘러나오는 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를 이겨낸 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중국의 약진과 함께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었고 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나라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5.2% 수준이었다. 반면에 GDP는 2000년 5,620억 달러에서 2007년에는 11,230억 달러로 2배의 성장을 이루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기업에서는 축소 경영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대규모로 채용하던 신입 공채의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지기 시작했다. 대학만 졸업하면 전공이나 학점, 가지고 있는 스펙에 상관없이 쉽사리 취업되던 시절은 지나고 취업의 어려움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 3학년부터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준비를 해야 했고 전공 이외에 각종 스펙을 쌓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자 힘든 관문을 뚫지 못하고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취업의 어려움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로 중산층이 붕괴되는 반면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들의 소득 증가로 빈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 시기 대학 등록금은 평균 7%씩 상승하여 물가 상승률 보다 높아 학부모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고 부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사회에 나서기도 전에 빚을 어깨에 짊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과 같은 대학생활의 낭만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아파트값도 정신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2000년 강남의 아파트는 평당 1,180만 원, 강북은 734만 원이었던 것이 2007년에는 강남이 평당 4,285만 원, 강북이 2,029만 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강북과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뒤집힌 90년 이래로 그 격차가 더욱 심화되어 강남이 7년 사이 263%나 급등했고, 강북은 176% 올랐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직장인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기 시작했다. 임금은 거북이걸음처럼 천천히 오르는데 반해 아파트값은 날개 돋친 듯 하늘 높이 상승하다 보니 월급만으로는 평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예금금리는 4.8%였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금리는 1.8% 수준이어서 예전처럼 돈을 모아 부를 늘려나가는 개념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힘들기는 해도 어느 정도 버틸만하던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경제성장률은 2-3%대를 오가며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섰고 기업은 상시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문을 굳게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몇 년간 취업을 못한 채 여기저기 취업 자리를 알아보거나 취업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취업 준비생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마치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나 삼수를 하는 것처럼 2-3년의 시간을 백수로 지내야 취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게다가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분위기로 인해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은 더욱더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고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업을 잠시 멈춘 채 인턴 등 사회경험을 쌓는 대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입사의 관문을 뚫기 어렵게 되자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힘차게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 위해 학교 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순간 무언가에 다리가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기업은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는 것과 함께 고용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계약직이나 촉탁직 등 비정규직의 채용을 대규모로 늘려나갔고 자동화를 통해 생산현장의 인원을 줄이는 페이스를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정규직으로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게 되었고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인해 임금은 오히려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에서도 정년을 보장받기는 어려워졌다. 이제 기업에서 정년보장이나 평생고용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커다란 두 번의 위기를 넘긴 기업들은 이익을 직원들에게 베풀지 않고 사내에 유보해두기 시작했고 직원들의 월급은 물가 상승률을 겨우 따라잡을 정도로만 오르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매년 월급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1988년부터 2017년까지 직장인들의 평균임금은 월 36만 원에서 241만 원으로 29년 사이에 5.7배가 올랐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전에는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대상이 주로 임원이나 부장급 등 나이 든 사람들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리급이나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은 1990년대 들어 5배가 넘게 올랐고 집값은 월급을 평생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폭등했다. 그러자 취업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하고, 출산도 포기하고, 집을 구매하는 것도 포기하는 N 포 세대가 등장했다.


2020년 초에 시작된 코로나는 또 한 번 시장을 흔들어놓았다. 전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나름 선방하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는 다시 한번 마이너스 성장으로 주저앉았고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생존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본인의 의지나 잘못과는 상관없이 직장을 잃거나 수입이 줄어드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코로나 경영’을 앞세운 기업들은 더욱 문을 꽁꽁 걸어 잠갔다. 특히 20대는 가장 충격이 심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6.4%로 2019년보다 1.4% 포인트 감소했다. 20∼29세 구간에서는 전년 대비 2.7% 포인트, 25∼29세 구간만 보면 3.0% 포인트나 줄었다. 30대의 –0.6% 포인트와 40대의 –1.1% 포인트, 50대의 –0.8% 포인트에 비교하면 3배 정도 높은 수준인데 경기 악화로 인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계층이 20대라는 것을 나타낸다.


취업 여건이 악화되면서 일할 의욕을 상실하거나 구직활동을 일시적으로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가 물러간 뒤에도 앞으로 세계 경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2-3%대의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나라 역시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취업, 결혼, 출산, 주택 마련 등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그다지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더욱 심화될지도 모른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42만 원이며 국립대는 419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금액이므로 실질적인 등록금 수준은 사립대의 경우 900만 원이 넘는 수준이다. 대학 4년을 다닐 경우 인상률을 고려할 때 기본적으로 5,000만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순수하게 등록금만 계산한 금액이니 실질적인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모로부터 등록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 이 비용은 고스란히 학자금 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에 나가는 순간부터 빚이 가득 든 보따리를 힘겹게 짊어지고 나서야 하는 셈이다.


주택 사정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KB 부동산에서 2020년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3,000만 원을 약간 밑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는 도심의 몇 십 년 된 낡은 아파트까지 포함된 가격으로 실제 가격은 평당 4,000만 원 수준에 이른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부동산 가격이 5.6% 올랐는데 이 중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은 7.6%에 이른다고 한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이라고 하면 한 해 동안 7,6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를 중심으로 평당 가격은 1억 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32평 아파트한 채를 마련하려면 32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 것인데 실제 거래가격은 이보다 높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팔자를 고치는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아파트한 채도 살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만일 아파트 가격을 평당 4,000만 원으로 잡고 새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이 24평 아파트한 채를 서울 시내에 구입하고자 한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해 4,000만 원씩 모아도 24년이 걸리는데 그만큼 많은 돈을 모을 수도 없거니와 그 사이 집값은 더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돈이 많아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처지라면 모르겠지만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자신의 노력만으로 죽기 전에 집 한 채 장만하기는 불가능하게 된 셈이다.


결혼식 비용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높다. 2020년 기준 평균 결혼비용은 한 사람당 1억 5300만 원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예식장 대관료, 예단,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신혼집 구입자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업이 취업의 문을 꽁꽁 걸어 닫기 시작하고 취업을 위해 재수, 삼수, 사수가 당연하게 되자 재학 시절 일부러 졸업을 늦추는 현상도 나타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기업에 입사하는 연령도 전반적으로 늦어지게 되었다.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평균 입사 연령은 31.0세라고 한다. 1998년의 25.1세에서 무려 5세가 늦어진 것인데 이전의 호황기에 입사한 사람이라면 이미 대리 중반 정도의 직급에 올라있을 나이에 겨우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셈이다.


게다가 기업의 정년은 법적으로 60세이고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실제로 직원들의 체감 정년은 53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31세에 입사하여 53세에 회사를 나가기까지 20년 남짓의 짧은 기간만 근무할 수 있는 셈이다. 매년 5,000만 원씩 연봉을 받으며 20년을 단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모은다고 해도 10억 원에 그쳐 서울 시내에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보니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이 번 돈만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렵게 되었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힘든 사람들은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19년 기준 남성의 평균 결혼연령은 33.4세, 여성은 30.6세로 나타났다. 이는 해마다 1.5세 정도씩 늦춰지고 있는 추세인데 그렇다면 2020년에는 단순한 산술 계산으로 따져보면 남자 35세, 여자 32세 정도에 결혼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1990년에는 1년에 40만 쌍이던 결혼 숫자가 2020년에는 24만 건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인구감소로 인한 결혼 적령기 인구의 감소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2012년도만 해도 63%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대답한 반면 2018년에는 반도 안 되는 4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환경이 좋지 못하다 보니 ‘꼭 결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당연히 인구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은 2018년 이래 지속해서 1명 이하로 나타나고 있으며 2020년 4분기에는 0.75명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는 0.5명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도 있는데 결혼한 가정 2가구 당 1명만 자녀를 출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계가 나타내듯 2020년에는 우리나라의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자연 감소하였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출생자 수는 27만 6,000명인 반면 사망자 수는 30만 8,000명으로 3만 2,000명이 줄어든 것이다.


유럽과 같이 관광자원이 없는 경우 한 나라의 경제력은 국내의 인구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무리 글로벌 경제로 인해 수출이 많아져도 내수가 어느 정도 받쳐 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스타트업이나 벤처와 같은 기업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국내시장이 받쳐줘야 하는데 인구의 감소로 소비인구가 줄어들면 스타트업이나 벤처와 같은 신생기업이 탄생하기 어렵게 된다. 경제인 구의 감소와 동시에 소비인구의 감소로 인해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장기간에 걸친 저성장 시대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극히 일부만 언급했지만 이처럼 미래세대는 희망은 거의 보이지 않는 절망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계 다국적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밀레니얼 세대를 일컬어 낮은 취업, 적은 수입으로 인해 이전 세대보다 ’쓸 돈이 적은(less money to spend)‘ 세대,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졸업 후부터 ‘빚을 진(encumbered with debt)' 세대, 수입이 줄어들면서 결혼이나 주택 소유와 같은 곳에 투자를 하지 않고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소비를 하는 ’다른 우선순위를 가진(different priorities)' 세대라고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도 이러할진대 요즘의 젊은 세대는 그보다 더욱 악조건에 놓여 있다. 등에 빚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부족하고 힘들게 일을 해도 삶의 질은 좋아지지 않으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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