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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강철저 Apr 26. 2023

물려주고 싶은 것 vs.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

자식은 종합선물세트

아이들이 나의 몸을 통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오묘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을 물려받은 것을 볼 때 그렇다. 나의 보조개와 이루공을 동시에 물려받은 세 아이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하다. 보조개는 물려주고 싶었던 나의 유전적 특징이고 귀에 있는 이루공은 제발 안 물려받았으면 하는 특질인데, 우리 아이들은 셋다 보조개가 있고 셋다 이루공을 귀에 갖고 있다. 마치 '메이드인코리아'  딱지를 붙여 나온 공산품처럼 누구 뱃속에서 나왔는지 표식을 달고 나온 것 같다. 보조개와 이루공은 하나의 유전자안에 같이 있는 건가? 그래서 하나만 물려주고 하나는 안 물려주고 하는 선택은 불가능한 건가. 유전자의 신비다. 


조급함이나 불안과 강박과 같은 감정들은 닮지 않기를 바라고 내가 겪은 불행과 고통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그게 되나?


아무런 고통 없이, 아무런 불안 없이, 은박지에 포시랍게 싸서 아이를 키울 수는 없다. 


아이가 나와 남편의 좋은 점만 쏙 빼서 닮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욕심이다. 아이는 내 맘대로 구성하는 DIY가 아니라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좋아하는 과자도 있지만 별로 안 먹고 싶은 과자도 같이 있는 게 바로 종합선물세트이듯, 아이의 특질들 중에서는 나나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좋은 특질이 있는가 하면, 이건 제발 안 물려받았으면 하는 점들도 있다. 그런데 물려받지 않았으면 하는 특질들도 아이에게 가서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사실 알 수 없다. 오히려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가진 특징들, 남편이 가진 특징들이 칵테일처럼 섞여서 세 아이들의 유전적 특성이 구성되었지만, 그 속에서도 넓은 스펙트럼 속에 다양성을 느낀다. 이런 특성은 누구한테 물려받았지?라는 질문을 하다가도, 빨강과 초록이 섞이면 전혀 다른 색깔인 노랑이 나오는 걸 생각해 본다. 노랑만 봐서는 절대로 빨강과 초록을 상상할 수 없다. 노랑과 파랑과 보라를 바라보며 감탄한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게 나왔지?


나와 남편의 복제품이 아닌, 전혀 새로운 창조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생동감이 느껴진다. 나와 같진 않지만 나의 일부를 간직한 듯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반갑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전혀 다른 특질들은 신기하다. 뭐든 대량생산되고 소비되는 시대에서, 완제품이 아닌 움직이고 성장하는 대상, 세상에 유일무이한 하나하나의 존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느끼는 충만함은 다른 어떤 물건으로도 대체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며 당혹스러운 순간들, 외면하고 싶은 특징들을 만나더라도 그것이 그 아이의 고유함을 뜻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아이가 가진 모든 모습들을 사랑하고 감사하고 싶다.


보조개를 귀여워하듯 이루공도 우리만의 표식으로 귀여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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