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고 고단한 평범

삐뚤빼뚤한 마음

by 단아

스스로 우주먼지라 부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어차피 이 넓은 우주에서 점 하나라 생각하면 삶이(아주 조금) 가벼워진다. 나는 먼지고, 나는 자유롭고, 그러니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자신을 먼지라 여겨야 하는 사유가 무엇일까. 사는 게 힘드니까 그런 거겠지. 그럼 왜 힘드나? 누구나 다 힘든가? 사는 건 각자의 십자가를 지는 일이니까. 하지만 난이도는 랜덤이다. 스펙트럼은 넓다. 운 좋게 이겨낼 만한 좌절들을 감당해 내는 것과 초반부터 상타치는 고난에 몸부림치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근데 타고난 재주나 자원이 몹시 뛰어나다면 얘기가 다르다. 아 물론 타고난 것을 갈고닦는 노력은 필수겠지만, 우리는 마음 아파도 받아들여야 한다. 노력하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열의를 다하는 일이라도 무조건 빛을 보거나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노력 폄하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노력하는 건 언제나 필요하다). 공평하지 않은 운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운동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런데 제법 한다. 체육 진로를 권유받는다. 계속 하니 더 잘한다. 프로 선수를 지망한다. 생활은 그에 맞춰 있고 가족들의 바라지도 성심껏 받을 수 있다(이것 또한 타고난 복이겠다). 하다 보니 더 잘하네? 더 노력한다. 단계별 좌절과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한다. 고군분투한다. 나라를 대표해 뛰기도 한다. 사회적 기준보다 빠른 은퇴 후 비교적 여유롭게 살아간다. 그의 타고난 자원은 운동능력인 거다. 운동재능이 없는 사람이 비슷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 연예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고윤정과 차은우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라! 그저 존재한 것으로 많은 타인을 기쁘게 한다. 물론 아름다운 존재들은 다른 종류의 고약함과 쓰라림을 겪을 수 있다. 그들에게 빛이 난다 해서 내면까지 환하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말이다. 나름대로의 힘듦이 있을 거다.


이제 평범한 사람들로 눈을 돌리자. 내가 말하고자 하는 평범함은 '튀지 않는', '정해놓은 선을 벗어나면 안 되는 'k-보편성과는 조금 다르다. 타고난 역량이 미미하더라도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대다수의 사람들을 칭하고자 한다. '해야 하니까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되어서.'라는 이유로 꾸준히 묵묵하게 무언가를 해내가는 사람들. 어찌 보면 가장 무서운(?) 부류다. 생각해 보시라. 해서 잘 되면,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인정을 받으면, 신이 나서 계속하게 된다. 잘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리 잘하지 못해도, 하는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미래의 무언가(건강, 행복, 자녀 등)를 위해, 빡빡한 일상을 견디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선명한 보람 없이도 삶이라는 고행을 견디는 많은 사람들. 근근함 안에서도 희로애락은 존재하는 것이라 열심히 이를 감당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각자의 작은 세계 안에서 사랑과 다정을 나눈다. 서로가 서로에게 우주가 된다. 인간의 불완전함이 빚어내는 울퉁불퉁하고 아름다운 화음이다.


귀하고 고단한 평범이다. 어른 김장하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와닿는다. 삶의 가치는 쓸모와 기능으로만 매겨져선 안 된다. 살아감, 존재 자체가 실은 서로를 지지하는 고리가 되어주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작은 존재들, 오늘도 힘냅시다.

(다음엔 꼭 수요일에 맞춰 쓰리라...!)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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