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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진 Oct 24. 2020

멋진 미소를 가지고 있다

나는 아주 오래전,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배우와 학교를 같이 다녔다. 대학입시에 모두 떨어지고 군대를 갔다 와서, 어렵게 들어간 학교에서 운 좋게 마주했다. 내가 다닌 학교는 배우의 산실이라 불릴 만큼 많은 배우들을 배출해 냈다. 그중에서 나와 그나마 친분이 있는 배우는 이 분이 유일하다. 1997년도에 데뷔해서 20년 이상을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살고 있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과 같은 시간, 한 공간에서 공부를 했다는 사실이 기분 좋다. 이 배우가 누구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바로 ‘유해진’씨이다.


나는 96학번, 유해진 씨는  학번 높은 95학번이었고, 나처럼 군대를 다녀와서 입학을 했기에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나보다   많은 형이었으니까 말이다. 지금처럼 코믹한 이미지와 달리 처음  해진이 형의 모습은 과묵함  자체였다. 묵직한 심을 가졌다고   있을까? 자신의 말수는 적었고 언제나 누군가의 얘기에  기울였다. 학업에도 열심히여서 항상  앞자리에서 수업을 듣곤 했다. 배낭을 메고 다녔고,  손에는 언제나 너덜너덜해진 대본이 들려 있었다.


연극배우로 살 줄 알았던 형은 내 예상과 달리 1997년 ‘블랙잭’이라는 영화를 데뷔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연, 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배우로 살고 있다. 유해진 씨는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될 수 있었을까? 과연 충무로에, 그리고 대학로에 유해진 씨보다 잘생긴 배우가 없을까? 또 그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없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보다 잘생기고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넘쳐난다. 하지만 충무로는 그들이 아니라 유해진 씨를 찾기에 바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말이다.


나는 그 비결을 무엇인지 알 듯하다.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지만 그것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그만의 매력 때문이다. 외모와 배경을 뛰어넘는 대단한 매력 말이다. 해진이 형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엄청난 힘이 있다. 마주하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라 할 수 있다. 과묵한 모습에 가려진 따뜻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진심이라 할까? 굳이 손을 내밀지 않아도 누구나 그의 손을 잡는다. 어떤 행동이나 말없이도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그에게 호의를 베풀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 이유는 겸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촬영장이든 어디든 해진이 형은 자신보다 더 고생하는 스텝들을 먼저 챙겼을 게, 분명하다. 의상 스텝, 조명 스텝, 카메라 스텝, 분장 스텝, 모두를 나이불문 존중해 주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형은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니까. 해진이 형이 연기를 잘했든 못했든 자신보다 남을 챙길 줄 아는 성품이 대한민국 배우로 우뚝 설 수 있게끔 도와주었을 것이다. 유해진 씨에게 배려와 존중을 받았던 스텝들이 입소문을 내지 않았을까? 연기는 물론이고 인간성까지 좋은 배우라고 말이다. 분명 이런 얘기가 소리 소문 없이 퍼져나가 해진이 형을 최고의 배우로 살 수 있게끔 해주지 않았을까 한다.


나는 해진이 형의 매력은 단연코 그가 가진 미소라고 생각을 한다. 어쩌면 차갑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얼굴에 숨겨진 미소라 할 수 있을까? 하얀 치아를 크게 드러낸 그 미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하니까 말이다.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미소가 반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미소는 살아온 삶이 만들어주었을 것이고, 성품에 일조했을 것이다. 멋진 미소가 해진이 형에게 없었다면, 매력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해진이 형의 미소는 자신의 이미지에 있어서 큰 몫을 담당한다.


나는 오랜 시간 멋진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그들이 지니고 있는 미소에 의미를 부여했다. 매력적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분 좋은 미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소는 슬픈 표정과 마찬가지로 얼굴의 한 표정이다. 슬픈 마음을 먹으면 슬픈 표정이 만들어진다. 또한 즐거운 마음을 먹으면 즐거운 표정이 만들어진다. 미소는 즐거운 마음이 만들어준 표정을 일컫는 단어이다. 즉, 즐거운 표정이 곧 미소인 것이다. 미소는 사람이 가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뜻한다. 그래서 미소는 그것을 행하는 사람도, 또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미소는 표정이 아니라 긍정적인 마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미소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미소를 짓지 않는다. 너도나도 미소에 인색한 것은 아닐까? 아는 사이일지라도 이런데, 일면식 하나 없는 관계에서는 숨이 막힐 정도이다. 미소는커녕 인상만 쓰지 않아도 다행이다. 만원 지하철에서 실수로 남의 발을 밟아도 사과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세상,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과를 하고 그 사과를 미소를 받아줄 수 있는 세상은 이제 사치가 된 것일까?


내가 지나온 시절과 달리 요즘은 미소도 웃음도 흔하지 않다. 현실은 그럴지라도 애써 가져야 할 표정이다. 미소는 자신이든 상대방이든 여유를 부여해 준다. 내가 마주했던 매력적인 사람은 모두가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의 미소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게 매력이고, 누군가의 매력은 미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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