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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진 Oct 27. 2020

강요하지 않는다

매력에 대해 얘기하면서 조직의 리더를 빼고 논할 수 있을까? 리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마주했던 몇몇 리더를 떠올려 보았다. 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리더는 학창 시절 반장이었다. 초등학교 때, 한 명 그리고 고등학교 때 두 명의 반장이 생각난다. 성인은 아닐지라도 세 명 모두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을 벗어나지 않기에, 굳이 성인이 돼서 마주했던 리더를 떠올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한들, 그 성격은 엇비슷하기에 리더의 성질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까. 성격을 표현하는 단어 역시 그리 많지 않음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조직의 리더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그 당시 리더라는 표현을 썼는지 안 썼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성격 좋았던 반장에게서 그러한 모습을 본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갓 열 살을 넘긴 어린아이에  불과할 텐데, 나는 왜 반장을 리더로 기억하고 있을까? 물론 반장이라는 타이틀이 리더의 모습을 한몫 거들어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벌써 어른이 되고 40년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그때의 반장을 통솔력이 뛰어난 리더로 기억한다. 그때의 리더나 지금의 리더나 다르게 느껴지지 않은 걸 보니, 나이가 있든 없든 리더의 모습이 똑같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마주했던 첫 리더의 모습은 어땠을까?


반장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니 자습시간 칠판 앞, 단상에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거만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어떤 불편하지 않은 힘이 느껴진다고 할까? 목소리는 힘차고 침착하다. 나는 그 말투에서 리더의 모습을 본 것은 아닐까? 반장은 내가 할 수 없는 또박또박하고 단정한 소리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내게 없는 것이니, 더 진지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내게도 그런 소리가 있었다면 그를 인상 깊었던 리더로 기억할 수 있을까? 사실 제대로 된 리더는 모습도 타이틀도 아니다. 남들과 다른 속이라 할 수 있다. 차별된 그 속이 울림을 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내가 겪어본 모든 반장이 리더로 기억되지 않은 이유이다.


내가 경험한 리더의 모습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되 귀를 닫지 않았다. 또한 의견을 게재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냈을 뿐, 모두가 원하는 쪽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또한 누군가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반박이 아니다. 충분히 생각해 보고 조심스럽게 반대의 이유를 댔을 뿐이다. 다른 때보다 더욱더 침착했고 사람에 대한 존중이 묻어났다. 리더에게 특히 요구되는 덕목이 있다면 배려가 아닐까 한다. 나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만 하는 조직의 우두머리를 숱하게 보아왔다. 과연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행할 수 일일까? 진심이 느껴지는 리더는 보이지 않게 자신을 희생한다. 결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는다는 소리이다.


회피가 아니라 기꺼이 총대를 맬 수 있는 리더를 누구나 존경할 것은 당연하다. 내가 그간 봐온 리더는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숱한 고민과 번민이 있었겠지만 굴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책임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완장이 아니라 그 완장에 걸맞은 리더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싸웠기 때문이리라. 타이틀은 주어지지만 완성은 결국 리더 자신의 몫일 테니까. 자신과 조직을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려는 사람이 진정한 모습의 리더가 아닐까? 사실 이러한 마음은 인위적인 게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것이다. 궁극적으로 조화와 발전을 꾀하고자 한다면 과연 이러한 생각이 저절로 들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내가 어떤 여자를 사랑한다고 하자.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씩 생각나는 그녀가 과연 인위적인 생각일까? 그녀를 향한 생각은 자신도 모르게 드는 생각이다. 이처럼 조직을 끔찍이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을 넘어선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고민은 끊임없이 이어지겠지만 건강한 고민이기에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리더는 존경을 받아야 한다. 내가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모두 내게 존경심을 갖게 했다. 내가 리더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이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의 리더라고 해서 명칭처럼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다양한 사람의 성격처럼 리더 역시 다양한 것은 당연하다. 리더 또한 하나의 성격을 가진 사람일 뿐이니까 말이다. 조직에 몸을 담고 있든 아니든, 세월이 흘러도 리더로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한다. 어쩔 수없이 따라야 했던 리더는 결국 잊힌다. 내가 기억하는 리더는 감흥과 울림이 있었다. 내게는 없는 것, 그들은 사람의 마음에 진심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진심이 감흥이 되었고, 그 감흥이 존경심이었다. 나는 지금도 설렌다. 그들은 리더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까지 가지고 있었으니까. 리더 이전에 벌써 완성된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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