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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진 Oct 28. 2020

책임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누구나 책임감은 당연한 것이다. 덕목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모두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책임감이 강한 사람을 마주하면 감동을 받곤 한다. 비단 나만 이럴까? 사전에는 책임감을 매우 단순하고 짧게 서술하고 있다. ‘책임을 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말이다. 사실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삶에 있어서 책임감만큼 광범위한 것은 없다. 다시 말하면 책임감은 사람의 됨됨이는 물론 행위 모두를 아우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책임감 없이 행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사람에게 주어진 모든 일은 책임감의 유무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책임감 없이는 그 어떤 것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학창생활이든 사회생활이든 유독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있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저학년, 고학년 불문하고 태생부터 주어진 성격인 것처럼 남들과 차별되는 행동을 하는 친구들이었다. 솔선수범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을까? 책임감의 표면적인 모습은 무엇을 하든 대충대충 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하는 일이다. 공부를 하든 청소를 하든 모두 열심이다. 책임감과 열심은 서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단어가 분명하다. ‘열심’이란 어떤 일에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게 습관이고 성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 철저한 사람은 이미 책임감이 몸에 깊숙이 배어있다. 여기서 철저한 사람이라 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 도덕적인 잣대를 일컫는다.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누구나 열정적으로 움직이지만 이들은 다르다.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도 뭔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해야 할 일을 어서 해야겠다는 마음도 책임감이고, 그 일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마음도 책임감이다.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빠르고 제대로 일을 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닌데도 열심히 해내는 사람이 정작 본인을 위한 일일 때는 어떤 과정과 결과가 있을까? 굳이 여기에 쓰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은 지니기 위해서는 먼저 느껴야 한다. 사실 의무지만 도리에 더 가까운 게 책임감이다. 책임이 따르는 일이지만 도리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책임감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잘못한 일이 있다면 인정을 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 또 사과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과를 한다는 자체가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잘못된 일을 인정하는 것은 책임이고 사과를 하는 마음은 도리라 말할 수 있다. 책임감에 대한 도덕적인 표현이 도리가 아닐까 한다. 예전과 달리 더욱더 책임을 강조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예전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가정교육이 붕괴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치과 선생님이 있다. 나이도 적지 않았고 건강 또한 좋지 않아 부득이 병원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치과의 특성상 바로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일 년까지 약속된 환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저버리고 빠르게 닫았을 테지만 선생님은 달랐다. 병원 문을 닫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선생님은 새벽까지 진료를 했다. 간호조무사들을 모두 퇴근시키고 오로지 홀로 진료를 했다. 새벽 한두 시를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선생님은 자신을 믿고 진료를 맡긴 환자들을 놔두고 떠날 수가 없었을 테니까.


선생님은 그렇게 힘닿는 데까지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어떠면 이러한 행동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기에 감동적이다. 그만큼 책임과 도리를 저버리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책임을 알고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앞서 말했듯이 책임감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약속을 지키는 것도 누군가를 돕는 것도, 또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도 책임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그동안 봐온 매력적인 사람들, 결코 책임감을 빼고 말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책임감도 도리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한없이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다행히 내 얘기가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쓸 수 있었지만, 불편함을 감추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긴 해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책임과 도리를 알고 행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 제대로 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책임과 도리 이 두 단어만 머리와 가슴속에 담아두면 된다. 책임은 머리에 도리는 가슴에 새겨놓으면 완벽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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