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상철 Mar 31. 2019

질리지 않는 맛의 정체, 된장찌개

나트륨과 재료의 대표성 시비를 불식시키는 능력

한식의 대표 메뉴라면 된장찌개일 것이다. 어릴 때는 잘 몰랐다. 어른이 돼서야 그 맛을 알았다. 엄마의 된장찌개를 한 번쯤 그리워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 된장은 언제 먹어도 질림이 없다. 늘 속을 달래준다. 된장국이나 된장찌개 먹고 탈 난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찌개나 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다이어트 시대가 되면서 더욱 화두인 것 같다. 나트륨의 과잉 문제라든가 원재료의 맛을 변형시킨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해물탕을 든다. 잡다한 해물이 들어가다 보니 대표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에게는 샐러드나 단품이 즐비한 뷔페 음식 스타일이 어울릴 듯싶다.


복잡하게 보이고 시간도 잡아먹는 한식 요리가 부담되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한식은 대체로 서양요리에 비해 시간이 걸리는 요리가 많다. 더군다나 밥과 반찬이라는 별도의 형식도 구비된다. 그러다 보니 빵과 같은 서구 음식문화에 쉽게 길들여지게 된다. 간편함이 앞서는 시대가 돼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한식이 좋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식을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건강도, 우리의 문화도 지킬 수 있다고 본다. 인생은 이제 무척 길어졌다. 간편함 때문에 놓칠 것이 많아졌다. 특히 건강을 놓치는 일은 그 대가가 너무도 크다. 끓이고 데치고 무치는 한식, 내 짧은 식견으로도 우수하고 장점이 많다.


우리 조상은 지리적 특성에 맞게 요리해왔다. 육류와 채소류를 응용하는 요리가 뛰어나다. 찌개와 탕은 그렇게 나온 것이다. 그것이 건강을 해친다는 검증된 보고는 없다. 육수를 내는 지혜도 마찬가지다. 누구 말대로 육수는 잡다하게 우려낸 물일 것이다. 어느 재료의 고유성도 잃어버린 채로 말이다. 하지만 그 육수를 통해 얻는 미각적 경험은 또 다른 행복이다.


지금 우리에게 순수란 무엇인가. 고유함이란 무슨 의미인가. 순수한 혈통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다. 모든 것은 서로 얽혀 나오는 것이다. 세계가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 인류가 네트워크로 연결해가고 있다. 해외여행은 밥먹듯이 이뤄지고 있다. 양식이 우리의 일상까지 들어와 있다. 순수함은 이제 인간의 맘에서나 통할 법한 얘기다.


오늘도 나는 된장찌개를 즐긴다. 고유의 재료들이 된장의 맛에 가려져도 좋다. 내 미각이 온전히 그 맛들을 일일이 알아채지 않아도 좋다. 통합된 하나의 맛, 그 된장찌개로 나는 행복하다. 속도 더없이 편안하다. 많은 재료들을 각각 손질하고, 먹으면서 그것들을 잊어버린다 해도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이미 그것들은 역할을 다했고, 새롭고 멋진 모체를 만들어냈다. 한식은 내게 운명이 된 셈이다.


요즘 냉이가 좋아 일찌감치 일어나 된장찌개를 끓였다. 사실 다른 찌개나 국 종류가 많아 된장찌개는 가끔 만들게 된다. 영양과 속을 다스리는 데는 손색이 없다.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려움이 없다. 된장찌개 맛을 보면 그 집 음식 수준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평범한 된장찌개가 만인의 미각을 사로잡는 날, 나는 하산하리라.




먼저 뚝배기에 멸치육수를 만든다. 된장을 풀고 약간 짭짤할 정도로 간을 한다. 나중에 야채들이 간을 먹기 때문이다. 양파, 당근, 감자, 애호박은 깍둑, 표고버섯은 채 썰고 느타리, 팽이버섯은 찢어 넣고 푹 끓인다. 이때 다진마늘과 고춧가루도 좀 넣어준다. 다시 간을 보면서 물을 조절해가며 냉이, 대파, 청양고추, 두부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완성.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06화 흔한 김치찌개, 어떻게 끓여야 맛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