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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Jun 16. 2019

노후에 꼭 필요한 자산, 요리

100세 시대, 남자에게 꼭 있어야 할 역량

100세 시대다. 60세 정년은퇴 후에도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누구나 노후를 얘기한다. 돈이 있어야 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벌려고 해도 몸이 안 따라주고, 건강하려면 돈이 들어야 한다. 이래저래 악순환이다. 자식에게 기대어 살기도 어려운 시대다. 자식의 독립도 더디다. 오히려 자식을 위해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할 판이다.


건강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몸이 허락하는 한 운동을 하려 한다. 산에 오르고, 전철을 타고 종점을 오가며 활동을 한다. 몸에 좋은 음식은 다 찾아다니고, 좋은 거라면 다 취하려고 한다. 인생의 종점에서 하지 못할 것이 없다. 정거장이 따로 있을 리 없다. 기다릴 필요도 없다. 뭔가를 검증해야 할 시간도 이유도 여유도 없다. 그저 취하고 그저 버린다.


나도 남자로서 아버지를 봐왔고, 지금은 장인어른을 보고 있다. 장인어른은 정말 무기력하다. 배우자를 쉽게 대하는가 하면, 자식들에게도 부모의 권위를 세우려 든다. 혼자 해 드실 수 있는 것은 라면 정도다. 배우자가 없으면 스스로 해 먹기는 불가능하다. 외식에 의존하게 되고, 염증은 더 쌓여만 간다. 오랫동안 갖고 있는 당뇨병이 성치 않을 것은 뻔하다. 장인어른은 남편이라기보다는 그저 늙은 남자일 뿐이다. 어떤 것도 장모님을 기쁘게 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노후의 남자는 정말 갈 곳이 없다. 집에서 권위가 안 서니 밖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저 집에 와서 때가 되면 먹고, 때가 되면 나간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눈칫밥만 늘어간다. 할 일이 없으니 TV만 틀어놓는다. 문맹에 가까우니 책을 접하기도 교양을 쌓기도 어렵다.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그저 화투 패만 만지작거린다.


노후엔 치아상실률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모시고 사는 장인 장모님은 오래전부터 틀니를 하고 사신다. 틀니 관리가 안되면 건강이 쉽게 무너진다. 최근 두 분 다 틀니를 새로 했다. 장인어른은 분실, 장모님은 구강염증 때문에 한동안 식사를 제대로 못하셨다. 감기몸살, 영양결핍에 결국 고생이다. 간호사인 아내는 주치의이자 요양보호사, 요리를 하는 나는 영양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듯 노후에 음식은 더 절실해진다. 건강을 위해서도 권위를 위해서도 남자의 요리는 노후에 빛을 발한다. 여성들은 노후에도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장모님은 친구들과 온갖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선다. 여행도 가고, 문화프로그램도 즐긴다. 쇼핑을 즐기는가 하면 수다로 일상을 보낸다. 여자들은 해 먹는 것도 자유롭다. 그저 주방에서 조금 움직이면 된다. 그렇게 많은 열량의 요리가 필요 없다. 그저 자신을 위한 한 끼 조리면 충분하다.


나도 이제 5년 후면 정년은퇴다. 요리는 노후 대비에 가장 강력한 비책이다. 직접 요리를 해 먹음으로써 건강을 챙기고, 건강하니 요리가 더 가능해진다. 요리는 여자를 기쁘게 하는 능력이기에 무시당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관계는 더 돈독해지고 여자의 자원을 얻어 쓸 수 있다. 나는 지갑에 돈을 한 번도 넣은 적이 없다. 아내가 직접 항상 일정한 용돈을 챙겨준다.




노후에 남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요리다. 조리법을 터득해 둬야 한다. 남자들이 요리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노후에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나도 48년을 그렇게 살았다. 요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복잡한 일이고 매번 노력해야 한다. 근데 그렇기에 해보면 보람이 크다. 조금 차이일 뿐 여자들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요리는 노년에 있어 가장 행복한 자산이 되리라 자부한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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