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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Apr 17. 2019

인스타그램으로 키우는 요리실력

확장에 한계를 느낀 페이스북에서 옮겨타기 도전

 인스타그램 한 지 2년 반을 넘었다. 인스타그램은 내게 도전이었다. 이미지로만 승부하기 때문이다. 50대인 내 인생은 사실상 텍스트였다. 이미지는 상상에 불과했다. 현실은 늘 텍스트 속에 존재했다. 페이스북이 그랬다. 이미지도 텍스트를 위한 것이었다. 한때 트위터에 열광했다. 10만 팔로워도 달성했다. 트위터도 내겐 140자 텍스트의 세계였다.


인스타그램은 새로운 삶의 거점이다. 인생은 거점의 연속이다. 행복은 거점의 수완에 달려있다. 집, 학교, 헬스장, 당구장, 미용실, 복지관, 정류장, 카페, 식당, 술집 등 무수한 거점들이 그것이다. 21세기 100세 시대에 거점은 sns까지 확장됐다. 온라인은 교류의 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카톡은 물론 각종 메신저들까지 인류의 대화는 끝이 없을 지경이다.


인스타그램은 내게 특별한 존재다. 요리라는 장르를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요리는 이미지다. 메뉴의 파노라마다. 요리는 만국의 공통언어다. 보는 것만으로도 미각을 발동시킨다. 이제 사람들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 인스타그램은 유례없는 사진첩이 돼버렸다. 영원히 바래지지 않는 사진첩이다. 모두가 사진작가가 돼버린 셈이다.


인스타그램은 세대를 아울렀다. sns는 세대 소통의 장이다. 50대가 20대와 어울릴 수 있는 곳이다. 다만,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깨어있어야 하고 기술을 알아야한다. 매일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미학적인 감각도 키워야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변화다.


인스타그램은 흐름의 장이다.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서는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어제는 오늘과, 오늘은 내일과 또 달라야한다. 성실함이 없이는 흐름을 이어갈 수 없다. 스스로 흐름을 만들어야하고, 누군가의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 부단히 자신을 계획하고, 집행해야하는 이유다.


인스타그램은 내게 없던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하게 했다. 요리는 훌륭한 주제였고, 텍스트에 의존하던 삶을 변화시켰다. 인스타그램은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 흐름이 나의 세계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매일 올리는 이미지들은 누군가의 계기로 작동했고, 누군가의 이미지는 반대로 내게 어떤 영감을 안겨주었다.


50대의 남자가 요리로 상대하는, 그것도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일이란 남다르다. 요리는 끊임없는 생산의 과정이다. 메뉴를 다루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도 장점이 크다. 집밥 만을 고집하는 나의 세계도 유별나다. 그동안 많은 인친들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2016년 7월 17일 <집밥>아이템으로 혈혈단신 인스타그램 (ksc00013)에 뛰어들어 1년 동안 484개의 사진들을 올렸고, 총207,000개의 <좋아요>를 획득했다. 개당 평균 427개의 <좋아요>인 셈이다. 4,634명의 친구도 만들었다. 그로부터 10개월 후 드디어 1만 명 팔로워를 돌파했다. 821개의 피드(사진)를 올려 평균 1000명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첫 피드가 <좋아요> 4개로 시작했다. 정말 놀라운 결과다.


감히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요리를 하고 상차림을 찍어 올린 결과다. 가공 없는 평범한 일상 사진이 결국 주목을 받은 셈이다. 인스타그램은 인생의 항로다. 이미지의 향연이고, 삶의 미장센이다. 확장이고 연결이며 소통이다. 성실한 창작이고 생산이다. 삶의 질문이고 보람이며 믿음이다. 이미지 한 컷에 미소를 짓는 이유다.




페이스북은 스토리의 산실이다. 페이스북은 2010년 11월 18일 처음 시작했다. 트위터는 한 달여 후인 12월 16일에 시작했다. sns는 이때 시작한 셈이다. 싸이홈피와 블로그는 아이디만 있을 뿐 사용하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이 요리를 어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 페이스북은 요리에 발을 디디게 했다. 페이스북에 요리 이야기가 처음 올라간 건 2015년 7월 19일 ‘피자’였다.


흔한 얘기로 ‘나 오늘 뭐했어’가 페이스북이다. ‘이거 어때?’가 인스타그램이고, ‘무슨 일인데’가 트위터다. 페이스북은 잔잔한 자신의 이야기가 강점이다. 페이스북은 2017년 7월경 인스타그램으로 대체됐다. 페이스북은 확장성이 한계로 지적된다. 친한 친구 중심으로 운영되는 문제다. 좋아요와 팔로워를 늘리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반면 친구들 간에는 소통이 강한 장점도 있다.


페이스북은 2년간 요리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처음부터 의욕을 갖고 올렸다. 요리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요리는 새로운 주제였고 과제였다. 나름 정리된 레시피로 요리를 선보였다. 친구들도 하나둘씩 호응하기 시작했다. 좋아요가 늘어나고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요리는 더욱 힘을 받았다. 요리는 내가 내세울 만한 무기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요리는 단품부터 시작한다. 사진을 올리고 레시피를 적어나갔다. 조금 지나면서 음식과 관련한 경험담을 싣기 시작했다. 재료에 대한 이해도 덧붙여 나갔다. 페이스북은 식단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단품 요리의 교육장이었다. 하지만 2년여쯤 갑자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댓글과 좋아요가 정체돼 있었다. 그 이상 나아가기 힘들었다.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2년을 끝으로 인스타그램으로 옮겨 탔다.


페이스북은 청소년기와 비슷했다. 친구들끼리 어울려 다니고 그런 친구들이 그저 좋았던 때다. 친구가 하는 것을 좋아했고, 내가 하는 것을 친구들이 반겨줬다. 하지만 그것까지였다. 사회로 나가면서부터는 새로운 관계 맺기가 시작된다. 그 관계들은 더욱 확장된 것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이다. 나이가 들어도 청소년기를 잊지 못하듯, 여러 sns를 갈아 탄 지금 페이스북의 의미는 그렇게 남아있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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