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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Jun 14. 2019

친정 온 처제들을 위한 형부의 요리

처 형제들과 커가는 조카들이 함께 한 집밥 여정

한번은 주말에 처 형제들이 우리 집에 모였다. 처남댁과 처제네 들이다. 맏이인 아내가 모임을 특별히 소집했다. 연중 두 번 있는 명절 때는 그냥 놀다 가기 바쁘다. 부모님 부양 문제와 소소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깊은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형제들의 모임은 나의 역할로 이어진다. 메뉴를 계획하고 당일 요리를 담당한다. 모이는 인원은 13명이다. 메뉴는 일찌감치 메인으로 소불고기(1kg)를 정했다. 나물로는 부지깽이나물과 고춧잎으로 무침을 결정했다. 오징어를 이용해 오징어뭇국과 오징어도라지초무침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느타리버섯볶음과 모임에 빠질 수 없는 잡채를 하고, 오이맛고추와 쌈장으로 식욕을 돋우기로 했다. 기본 밑반찬으로는 알타리김치, 피클, 견과류멸치볶음, 땅콩조림, 오이소박이가 준비돼 있다. 후식으로 딸기바나나라떼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요리는 공정에 따른 시간 배분이 중요하다. 오후 6시 30분 상차림 목표를 위해 오후 2시부터 작업에 들어간다. 딸바라떼는 냉동 시간이 필요한 만큼 아침 일찍 작업을 완료했다. 그렇게 시간을 갖고 요리해 봐도 늘 제시간에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 오징어뭇국을 만든다. 멸치다시마육수를 끓이는 동안, 오징어를 두 마리 손질한다. 한 마리는 오징어도라지초무침용이다. 오징어 껍질을 벗긴 쪽에 교차 칼집은 필수다. 칼집은 살 사이로 간을 배게 하고, 평면을 입체화 시켜 시각을 미각화 한다. 도라지는 소금에 절여놓는다.


동일한 방식의 작업은 함께 하는 게 좋다. 데치는 작업엔 오징어와 나물 두 종류가 있다. 나물은 데쳐서 미리 꽉 짜 놓으면 상차림 시간에 맞춰 양념에 무치면 된다. 초무침용 오징어도 마찬가지다. 느타리버섯은 세로로 찢어 준비한다. 볶는 시간이 짧아 준비하기에 좋다. 소불고기도 양념을 해 재워둔다. 1kg인 만큼 계량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문제는 잡채다. 잡채는 족히 1시간 20분은 잡아야 한다. 6시 반 상차림이면 늦어도 4시 반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 집은 잡채를 장모님과 함께 만든다. 장모님은 시금치를 다듬어 데쳐 무치고, 내가 채 썰어주는 야채를 볶는 일을 담당한다.


당면은 여름 날씨엔 30-40분 정도 불린다.(겨울철엔 1시간 정도) 돼지고기 밑간도 준비하고, 건목이버섯을 물에 불려놓는다. 야채는 당면 굵기에 맞게 최대한 가늘게 채 써는 게 좋다. 요리의 재료 칼질은 모름지기 주재료 크기에 맞추면 무난하다.


요리는 꼬박 4시간여 이상을 주방에서 보낸다. 칼질을 하고, 데치고, 삶고, 양념을 하고, 무치고, 간 보기까지 쉴 새가 없다. 문제는 상차림 시간에 맞추는 것이다. 요리한 음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매번 할 때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요리가 끝나고 상차림은 처제와 아내가 주로 담당했다. 먹고 마시는 일은 모임에서 중요한 요소다. 처제와 동서들에게 우리 집은 훌륭한 거점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영화와 커피가 있는 집이었다. 지금은 다들 커버린 조카들이 어울려 놀던 놀이터였다. 함께한다는 것은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여정이다. 다들 피곤한 삶에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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