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하 Oct 30. 2022

나를 온전히 느끼고 나면 사람이 만나고 싶어진다.

문제가 사라진 온전한 나를 만날 때까지 기다려주기.

고독의 3개월이 흘렀을 때 문득 이제는 사람을 만나도 될 것 같았다.한국인을 만나고 상처가 얼마나 아물었나 보고싶다는 생각이 몇번이나 들었다. 평온한 상태에서 만나는 상황들에는 무슨일들이 펼쳐질까 궁금했다. 발리를 오면서부터 문득 문득 지나가는 생각들이 행동으로 옮겨지거나 현실로 나타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몇일 뒤 인스타그램에서 서핑샵 사장님이 한국으로 휴가를 가는 한달동안 고양이’쪼쪼’를 봐줄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무료숙박을 포함해서말이다. 돈이 급하는 않았지만 왠지 여기서 한달동안 지내면 한국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긴 DM을 보내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사장님이 한국 가기전 까지 서핑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사장님이 돌아와 다시 서핑강습을 시작할 무렵 몇몇 한국여행자 친구들을 만났다. 내 발리 생활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썼던 발리 루프트탑 요가도 여기서 만난 지타언니 덕분에 오픈할 수 있었다.


나를 온전히 느꼈던 3개월동안 외로움이 쌓이고 쌓여서 사람이 그리워진걸까? 아니다. 나는 새벽 서핑을 다녀오면 수영장 옆 그늘에 누워 바람도 쐬고 물의 소리도 들으며 누워있었다. 가끔은 책을 읽었다. 완전히 이완된 상태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있으니 쥐고 있던 것들이 놓아졌다. 미워하고 미워하던 첫 요가원의 원장님들과 선생님들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가 사라졌다. 바람처럼 내게 왔다 갔구나, 나를 여기로 보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하려고 한게 아닌데 용서되었다. 그들이 무얼 잘 못했기에 내가 용서를 쓰는가, 그냥 그런 바람들 뿐이었는데. 원장님들이 스스로가 불편해 나를 막 대한거고, 선생님들은 원장님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 그저 내가 불편하거나 오히려 매게체로 사용했을 뿐인데 내가 뭐라고 용서하는가. 왜이렇게 미워했을까. 내 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눈치가 좀 없고 하고싶은 것만 하는 내가 바뀌거나 깨달아서 미움이 사라진게 아니라 미울일도 없고 용서할 일도 아님을 알았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

람이었다. 또는 고군분투하다 나를 더 먼 바다로 보내주는 바람이었다.


문제라고 했던 것이 사라지고 내가 온전히 있으니 더 문제일 것이 없었다. 가만생각해보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문제였다. 온전한 나는 빛으로 가득했다.



이전 09화 요가와 서핑, 그 사이의 발란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