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클래식 연주를 보게 되었다. 쇼팽의 Funeral March. 제목을 보고 모르는 곡인 줄 알았는데 이거, 분명히 들어본 곡이다.
누워있다 벌떡 일어나 앉아 도대체 이 곡을 어디서 들었는지 떠올리려 노력했다. 굉장히 차가운 공기가 코에 쎄하게 스치는 곳에서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런데 어디였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들었는지도 기억이 나는데.
머리를 헤집으며 십분 정도를 끙끙대다 번뜩하고 생각이 났다.
미술관이었구나.
지난겨울, 미술관에서 이 곡이 삽입된 작품을 볼 때 들은 거야. 꽤 지속적으로 들었던 것도 기억이 나.
난방이 잘 되지 않아 아주 추웠고 코 끝에 계속 시린 기운이 맴돌아 손등으로 코 끝을 누르며 봤었어.
스스로조차 잊고 있던 기억이 감각을 통해 떠올랐다. 기억은 때로 촉각과 청각을 이용해서도 오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고자 의식하고 지각하는 것이 아닌 방식으로. 머리가 기억하지 못해도 몸이 기억한다는 말과 비슷한 맥락일지도 모른다. 기억하고 있다는 지각조차 없는데, 머리가 아닌 나의 다른 부분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누워 그때보다 훨씬 따뜻한 공기를 코 끝에 느끼며 연주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