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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Feb 14. 2019

이유 없는, 이란 게 있을까

L도시의 어느 곳, 어느 벽. 

길거리를 걸을 때 곳곳을 꼼꼼히 보는 것을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구도, 색감을 발견했을 때는 신이 난다. 


내 사진 안에 담겨 있는 것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진가의 강의가 생각난다. 같은 장소를 찍어도 그 날의 기분, 생각에 따라 사진이 달라진다고 했다. 


신기하지, 어느 곳에서든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생전 처음 와본 도시에서도 그게 가능한 거야. 


이유 없이 좋은 풍경이랄 게 있을까.

그냥 좋아, 이게 손쉬워서 하는 답변이 아니라 진정 가능한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사진과 풍경에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는 동생의 말에 그럼 난 왜 그것들을 좋아하는 거지?라는 질문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학교 강의를 들을 때,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면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분석하고 설명해야 했다. 형태, 형식, 주제, 작품이 나에게 준 목소리 등으로 구성된 분석이었다. 구도와 색감 때문이라는 말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건 비평보다 감상에 가까우니까. 


구도와 색감이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계속해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은 내 안에서 오는 건지, 밖에서 오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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