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연어 Oct 25. 2022

 新 삼국시대

(50대, 인생을 바꾸는 100일 글쓰기)


2045년, 오래된 국민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대한민국은 3국으로 쪼개졌다. 외교와 더불어 자치 또한 독립적인, 완전한 개별 국가의 지위를 가지고 분리되었다. 다만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 등의 지역적 분리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 중도를 지향하는 정치, 사회적 분리가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은 건국이래 수없는 갈등을 거치며 통합을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해소하고자 국민투표로 자신에게 맞는 국가를 선택하게 하였다. 이로서 삼국시대가 도래하였다. 


영토를 나누는 기준은 신박하게 지도상의 균등분할이 아니라 각자 진영의 가치에 두었다. 진보 진영은 세상을 개혁하고 개방, 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통이(속도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수도권 전철과 주요 광역철도망(GTX)이 깔려있는 지금의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였다. 원래의 지역 인프라도 좋았지만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신문화가 매일같이 태동하고 빠르게 취합할 수 있는 곳에 모여있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을 했다.


이에 비해 보수진영은 손에 쥘 수 있는 유형의 자산에 무게를 두었다. 먹고사는데 가장 필요한 걸 에너지로 보았다. 고갈될 염려 없는 원전을 가지고자 했다. 반도를 U자형으로 영광, 고리, 월성, 울진의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해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했다. 원자력의 리스크는 유지 관리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해안을 기반으로 한 풍부한 물류망을 활용하면 경제는 문제없다고 확신했다. 가치야 변하지만 자원, 자산은 영원하다는 신념이 있었다.


물리적이 아닌 진영을 기반으로 국가를 나눴지만 공교롭게 중도 진영은 수도권의 진보와 반도의 U자형을 가진 보수의 영토를 제외하니 남는 게 중간지역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곳밖에 없어서 선택했다기보다는 진보와 보수지역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그들의 성향과 일치하여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었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완충지역으로 언제든 정신적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반도의 바티칸이 되어 이념의 젠더 대국이 될 야망을 가졌다.





국가가 분할되고 삼국은 평화롭게 운영되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자들이 사라지니 의견 합의도 잘되고 국민들도 단합되는 듯 보였다. 언론의 요란한 정치뉴스도 사라지고 지면은 문화와 일상의 섹션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분리를 한 후에 태평성대한 세월이 이어지니 삼국의 사람들은 국가 분리가 잘된 일이라 입을 모았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른 뒤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삼국의 사람들이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조금씩 불만이 터져 나오고 같은 색깔의 사람들끼리 모여사는 곳에서 또다시 의견 충돌이 대두되었다. 


삼국시대가 십 년이 되는 시점에서 나라의 정상들이 다시 모였다. 각국의 국내 상황은 분리 이전과 다를 바가 없으며 이럴 거라면 왜 갈라섰나의 원초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분리 전으로 완전히 회귀해 갈등과 가치전쟁이 하늘을 찔렀다. 인간의 본성이 대단하다는데 다들 동의하게 되었다. 정상들은 삼국이 다시 합치는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서로의 나라에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법이 통과되면 새로운 통합정부의 수장을 정하는 방법은 일단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사다리 타기나 가위바위보로 정하기로 어느 정도 내정) 


아참, 다음번 월드컵은 함께 나가기로 했다

이전 15화 그날의 기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