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연어 Oct 26. 2022

뮤지컬 '킹키부츠'와 우리 인생

(50대, 인생을 바꾸는 100일 글쓰기)


신당동에 있는 충무아트센터에 뮤지컬 '킹키부츠'를 보러 갔다. 2014년 초연이래 이번이 5번째 공연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성 정체성을 겪는 이들에 내용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리뷰가 좋았고 많은 이들이 뮤지컬 입덕작이나 인생작으로 평하길래 급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드랙(Drag)이란 '사회에 주어진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겉모습으로 꾸미는 행위'이다. 이런 뜻의 드래그란 단어는 최소 1870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당시 극장계에서 사용되던 은어가 퍼진 것으로 원래는 긴치마나 망토 등으로 옷이 무대 바닥을 휩쓸면서 지나가는 것을 표현한 뜻이다. 인쇄된 단어로서 드래그 퀸은 1941년에 등장하였다. 후일에는 Drag를 'dressed as girl'의 약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남자처럼 옷을 입는 건 'dressed as boy', 즉 Drab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요즘엔 드랙퀸이나 드랙 킹보단 '드랙 아티스트'라고 칭하며 여성과 남성 이분법적인 구분을 벗어나 다양한 것들을 표현한다. 

출처 : 나무 위키 중




아버지의 구두공장을 물려받게 된 아들 찰리는 원래 대를 이을 생각이 없었다. 케케묵은 폐업 위기에 가업보단 런던에서 그의 연인 니콜라와 부동산 개발회사에 다니기를 원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으로 공장의 사장이 된다. 현실을 부정하던 찰리는 프라이스 공장의 여직원 로렌의 도움으로 회사를 살려보기로 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드래그 퀸이자 쇼걸 남자인 롤라를 자신의 프라이스 앤 선드 구두공장의 디자이너로 영입한다. 80cm 길이의 부츠인 '킹키부츠'를 함께 만들어서 밀라노 패션쇼에 참가하는 목표를 세운다. 찰리는 킹키부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고 밀라노에서 대미를 장식하고자 한다. 그러나 롤라와의 의견 충돌로 찰리 혼자 밀라노 무대에 서게 되지만 결국 롤라는 찰리를 돕기 위해 그의 엔젤들과 멋지게 무대에 올라선다.



공연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때론 경쾌하고 때론 슬픈 독백이 이어지는데 우리 삶과 닮아있어 뭉클한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다. 롤라는 여장 남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남자다. 그런 그를 무시하고 아버지는 복서로 키우려 했고 시합도 나갔다. 그러나 롤라의 성향으로 끝내 부자는 연을 끊고 만다.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던 롤라는 버림받은 아픔을 가졌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간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어느 날 늙고 병든 아버지에게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말 '사랑해요'를 전한다.


원하지 않게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도 처음엔 적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기부여가 된 후부턴 공장의 직원들을 책임지려고 동분서주한다. 마침내 킹키부츠라는 멋진 구두를 만들어 밀라노로 향한다. 사업을 하는 나로서 그런 모습에 빠르게 감정이입이 된다. 우리 삶은 원하든 원치 않던 어디론가 흘러가게 돼있다. 저마다 상처도 있고 나약하지만, 그 삶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힘을 낸다. 때론 동료나 친구와 때론 가족과 함께 서로를 보듬고 한 발씩 전진해 간다. 



우리 인생에도 자기만의 '킹키부츠'를 만들면 좋겠다. 그걸 가지고 저마다의 '밀라노'로 향해보자 

그곳에 진정한 구원이 있을지 모른다. 

요즘 나에겐 킹키부츠가 아마도 글쓰기가 될 테고 그 글이 '나의 밀라노'로 가는 길을 내줄 것 같다.  


155분의 러닝타임이 순삭이 되었고

뮤지컬과 인생이 다름없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뮤지컬 '아이다'를 잠시 잊고 

뭉클한 '킹키부츠'가 한동안 1순위가 될 듯하다



이전 17화 소설 '스토너'와 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