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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했던 것들이 예민해진다

시골 강아지들도, TV 프로그램도, 주변의 사람들도

by 쳄스오모니

강아지를 키우고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참 많다. 생활습관도, 말버릇도, 생각도.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나는 감정이입을 꼽겠다.



이젠 시골 풍경을 보기가 무섭다



일요일 아침이 되면 늘상 챙겨보던 동물 농장도, 집밖 개집에 덩그러니 묶여있는 강아지들도, 추운 겨울 서로의 등을 감싸고 숨어있는 길고양이도 이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쩌면 좋니, 한 문장으로 안쓰러움을 퉁 치던 무심한 나는 사라진지 오래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보지 못했을 것들이다.


더 이상 TV에서 버림받은 사연을 담은 강아지들의 이야기는 두 눈뜨고 볼 수가 없고, 1미터도 안되는 목줄에 갇힌 강아지들을 보면 집주인은 뭐하는 놈인지부터 궁금해진다. 시골길을 다니는 것조차 무섭다. 개장수가 돌아다니고, 마당견으로 한평생 살아가야하는 시골의 풍경이 이제는 더이상 평화로워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보는 기준도 바뀐다. 내 주변에 누가 강아지를 파양했다는 얘기만 들어도 사람이 달리보인다. 보호자가 강아지를 거칠게 다루는 것 같은 낌새가 들면 산책은 시키는건지, 어디 때리지는 않는건지, 혹여나 동물학대로 신고라도 해야하는건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비단 강아지 뿐이랴. 길고양이들은 얼어죽진 않는지, 물그릇 밥그릇은 있는지 두리번 두리번. 유기동물 신고를 한 뒤에도 며칠간 그 친구가 잡혔나, 아닌가, 상사병도 이정도는 아니지 싶다.


사는게 불편해진다. 내가 선(善)은 아닌데, 생각의 흐름이 강아지를 중심으로 귀결된다. 강아지는 생명이니까 또 다른 생명도 사랑해야해. 그래서 내 새끼만 귀해보이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새끼들이 귀하고, 소중해진다. 나만 잘 키우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너도, 우리도 동물들을 사랑하는 세상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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