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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스 Jan 11. 2020

아이 없는 여자는 SNS를 보는 게 힘들다.

가까운 친구가 상을 당했다. 큰 슬픔을 당한 친구는 힘들어했다. 오랫동안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사는 일에 힘들어 돌아보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장례식장에 들렸다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다들 세월의 흔적을 덧입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두런두런 옛날이야기를 꺼내 가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친구들은 저마다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만난 적이 있지만, 둘째가 태어난 후로 연락을 안 하고 지낸 친구도 있었다. 다들 바쁘고 고단하게 자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을 좀 둘러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연락을 안 하고 지내는 지인들의  SNS를 다시 찾아가 보았다. 친구 설정은 되어 있는데 팔로워를 끊어버린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공통점은 아이 사진을 자주 올리는 사람들이었다. 엄마들의 일기장이라고 불리던  SNS 가 있었다. 글과 사진을 많이 올릴 수 있는 SNS였다. 유독 내 주변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많이 했다. 사진뿐만 아니라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이런저런 감정들을 올린 게시물들이 많았다. 결국 그 SNS는 계정은 두었지만,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엄마로서 느끼는 기쁨과 보람, 엄마 됨의 마음가짐 같은 것들, 아이가 주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였다. 자신들의 근황을 올릴 뿐이지만, 그걸 볼 때마다 힘들었다. 그들의 행복한 말들이 내 마음을 할퀴는 것 같았다. 


다른 SNS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중심으로 올리는 이 SNS에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 사진으로 도배를 한다. 아이의 밥 먹는 모습, 잠자는 모습, 우는 모습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 사진이다. 이 사진들을 보는 것 자체가 참 힘들었다. 자신들에겐 평범한 일상이고 기쁨이지만, 나는 그들이 나누는 평범한 삶을 쉽게 받아내지 못했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뭔가 내 안의 뒤틀린 마음들이 올라왔다. 각자의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SNS라는 공간임에도 나는 그들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여러 명의 팔로워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다시 들어가 보니 그들의 SNS는 여전했다. 첫째를 키울 땐 첫째 사진 둘째를 낳고는 둘째와 함께 한 사진들로 SNS는 도배되어 있다. 아이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걸 왜 그렇게 모나게 굴었을까 후회가 된다. 내 마음이 달라졌다. 유난히 사진을 여러 장 올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각자의 성향일 뿐이다. 

나는 왜 그렇게 불편했을까. 나는 그 안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삶은 저런 것이구나 ‘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보았던 것 같다. ‘저런 삶이 행복인데 나는 행복하지 못하구나’라는 생각이 그 사진들을 볼 때마다 올라왔다. 아이가 없는 내 삶과 비교하면서 ‘나는 행복하지 않다’라는 메시지를 무의식 중에 내면화하고 있었던 것 같다. 


끊었던 지인들의 SNS를 다시 팔로잉했다. 그 지인 들과의 화해 라기보다는 아이 없는 삶을 견디기 힘들어하던 나 자신과의 화해였다. ‘화해’라는 말도 사실 좀 너무 거창하다. 내 삶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의 삶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정도다. 저들에게는 저렇게 예쁜 아이가 있는데 나에게는 왜 없는 걸까 라는 모난 마음으로 이들을 바라본 적이 많다. 그런 비교의식으로 나 자신을 참 많이도 괴롭혔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을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불행을 선택할 수는 없다. 바뀌지 않는 상황과 현실에 상처 받으며 산다는 것이 스스로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 것인지 지금은 안다.


아이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우울이 가끔은 있다. 허전하고 공허하고 헛헛한 마음들이다.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엄마들이 참 부럽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아이가 없는 여자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이가 없다. 이 사실을 직면하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이 삶을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테니까. 적어도 아이가 있어야만 행복하다는 관념은 이제 희미해졌다. 아이 없는 삶이 조금씩 내 마음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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