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by 버티기

건물을 관리하는 곳에 근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별의별 애환이 깃든 장비가 자동화재탐지장비이다.

이 장비는 화재초기에 발생되는 열, 연기, 불꽃 등을 감지해서 초기 대응을 가능케 해주는 설비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는 최신형 장비인 R형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어느 푸근한 일요일 저녁!!!

갑자기 이 장비에서 화재경보 사이렌이 울리면서, 대피방송이 나오고 방화문들이 닫힌다.

입주민들은 “실제 대피해야 하는 거냐?”라고 계속 아우성이고....

수신기에 표시된 화재 장소는 5층이라 실 화재 여부를 확인하러 올라가려는데,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밀려탈 수가 없었다. 계단으로 정확히(?) 5초 만에 올라갔다. 일단 통로에 연기는 없어 세대를 하나씩 확인하고 있는데, 한참 지나 입주민 한 명이 계면쩍은 표정으로 다가온다.

“제가 고기를 굽다가 연기가 많이 나서 그런 것 같다.”라고 이실직고한다.

“그래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담엔 환기하면서 하세요.”


상황이 종료되고 나니 군에서 잠수함 근무할 때가 생각났다. 잠수함에서는 “100-1=0”이다.

백번을 잘해도 한 번 사고가 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실제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밤이 되었다.

이전 05화새 근무지에 연착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