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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v Jul 15. 2023

사건 일지

기억났어, 엄마가 해준 말

# 사건일지


○ 목격자 증언

"열매반(종일반)을 할 때였어요. 유하고 후하고 거칠게 장난치면서 노는 게 보였어요. 유가 후를 거칠게 잡아

  당기고 밀었어요. 유는 그게 장난이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멀리서 볼 때 후도 장난처럼 느꼈는지도 모르겠어

  요. 그런데 유가 그 심한 장난을 계속했어요. 어떨 때는 너무 세게 옷을 잡아당겨서 후가 넘어졌고 그 바람

  에 머리가 바닥에 쾅하고 부딪힐 뻔도 했어요. 너무 불안했어요. 근데 그때 아비가 나타났어요. 아비가 유하

  고 후 사이에 서더니 중재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처음에 아비가 유에게 뭐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어

  요. 근데 아비가 말을 해도 유의 장난이 멈추지 않자, 이번에는 유의 어깨를 잡고 눈을 보면서 또 뭐라고 

  말했어요. 눈을 보면서 진지하게요. 그때 열매반 선생님들은 다른 아이들을 돕느라 이 상황을 못 본 것 같았

  어요. 아비가 눈을 보면서 말을 해도 유의 행동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어요. 이미 유의 흥분이 한껏 올라

  와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러다가 유가 또 후를 밀었는데 그 바람에 후 뒤에 서있는 아비얼굴하고 후의 머리

  하고 부딪히고 말았어요. 아비는 울음이 터졌고, 열매반 선생님이 달려와서 일단 상황이 진정이 됐어요."


오늘 유치원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아비가 유와 후의 다툼 같은 장난을 멈추기 위해 용기를 냈었나 보다. 엄마는 그때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나서 저녁이 되어 조심스럽게 아비에게 묻는다. 


○ 당사자 증언

Q. "아비, 오늘 열매반에서 혹시 무슨 일 있었어~?"

A. "유가 후를 너무 쎄게 밀고 장난쳤어."

Q. "그랬구나, 그래서 아비가 그거 보다가 어떻게 했어~?"

A. "아비가 유한테 말했어. '유야, 그렇게 하는 거는 후를 불편하게 하는 거야. 그만해.' 이렇게."

Q. "와, 정말? 아비가 용기 있는 행동을 했구나.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었어?"

A. "엄마가 해준 말이 생각이 나써."

Q. "와, 그랬구나. 근데 아비, 후 좋아해?"

A. "응. 후도 좋아하고 유도 좋아해!"


그 순간에 엄마가 해줬던 말이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 말은 자기가 남아도는 에너지를 조절해서 사용하지 못할 때, 특별히 누나를 밀기도 하고 몸으로 장난을 치거나 할 때 늘 엄마가 해줬던 것이었다. 


"하성아, 그렇게 하는 거는 누나를 불편하게 하는 거야. 몸으로 장난치고 밀고하는 건 안 되는 거야."


또, 아비가 생각났던 엄마의 말은 이런 말이기도 했을까?


"오! 하성아, 하성이는 우리 가족 중에 힘이 세잖아, 그걸 잘 아껴놔야 해. 그래서 누나를 보호해 줄 때 쓰거나 정말 필요할 때 쓰는 거야! 알겠지?"


어떤 말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아비 눈에 비친 유와 후의 장난은 엄마가 말했던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고, 그걸 보고 있던 아비는 '힘이 세니까' 아껴놨던 에너지를 중재하기 위해 사용했을 것이다. 아비는 자기가 좋아하는 두 친구가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짜식, 오늘 멋졌다잉!


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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