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v Oct 14. 2023

두 발을 담그고

그림책 공부하는 아빠, 그림책 [두 발을 담그고]

우리 집 아이들은 매주 금요일을 엄청 기다린다. 금요일에는 아빠하고 그동안 사 먹고 싶었던 간식을 사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날(목요일)까지 잘 참고 있다가, 금요일만 되면 "오늘은 뭐 고르지~?"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오늘 나는 포카칩 고를 거야!"

"누나! 포카칩 고를 거야?? 그럼 나는 음~~~빼빼로!!"

"오~~!! 좋았어 얘들아! 아빠는 고소미ㅋㅋ"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기다리다 먹는 간식이라 그런지,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도 나름 참을성을 길러주는 훈련이 되기도 하는 걸까. 나는 금요일마다 아빠랑 간식을 고르고 맛있게 먹는 시간들이 아이들이게는 작은 추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아이들이 좀 더 자라 슈퍼에 갔을 때 문득, 어릴 적 금요일마다 골랐던 포카칩이랑 빼빼로가 생각이 나 피식 웃는 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조미자 작가님의 [두 발을 담그고]라는 그림책이 있다. 아들과 아빠가 낚시터로 여행을 떠난다. 아들은 작은 통통배를 타고 떠나는 낚시여행이 너무 즐겁다. 둥실둥실 움직이는 집마저도 아들을 웃게 한다. 아들은 물결 속에 보이는 하늘도, 산도, 내 모습도 담아본다. 아빠와 아들은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작은 집에서 멀리까지 낚싯대를 던지고, 가만히 물고기를 기다려본다. 

아빠하고 아들은 휘리릭 던져놓은 낚싯대를 지켜본다. 아들은 기다리는 시간도 지겹지 않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괜찮다. 아빠랑 함께하는 순간들이 그냥 행복하기 때문이다. 아들에게는 아빠와 갔던 낚시가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


그림책을 보니까, 아빠와 함께했던 어릴 적 추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가끔 등산을 가곤 했었다. 산에 가기로 한 토요일 아침이면 엄마는 김밥과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분주했고, 아빠와 나는 등산가방을 챙겼다. 누나하고 엄마는 언제나처럼 산에 오르다 중간 지점에서 돗자리를 피고 쉬었다. 나는 아빠에게 이만큼이나 자랐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아빠 등을 따라서 열심히 올라갔다. 앞서가던 아빠는 잠시 멈추고는 이렇게 말하셨다. 


"앞장서봐, 아들!"


나보고 앞장서서 가보라는 아빠의 말은 내가 길을 헤쳐나가도록 용기를 주는 말이었고, 오르다가 힘이 부칠 때 다시 한걸음 내딛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말이었다. 정상에 올랐을 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가장 높은 바위에 앉아보곤 했었다. 아빠는 한 손에 잡힐 듯 작아진 도시를 바라보면서 동네들을 설명해 주셨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은 다 식어버렸지만 아빠랑 우걱우걱 맛있게도 먹었었다. 산 정상에서 맞보았던 바람은 온몸의 땀을 식혀주고 남을 만큼 시원했고, 아직도 그때의 바람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빠랑 함께했던 추억이 가끔 나를 살게 한다. 그때의 나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고마울 때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