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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v Oct 18. 2023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그림책 공부하는 아빠, 그림책[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하임이는 여섯 살이다. 하임이에게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그날 입은 옷은 그날 꼭 빨고 싶어 하고, 손에 조금이라도 찝찝한 느낌이 들면 바로바로 씻는다. 건조한 가을날에는 손을 하도 많이 씻어서 손등이 다 부르튼다. 손을 씻고 나서는 다른 물건을 잘 만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기 놀이를 하다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페이지는 뜯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동생이나 다른 사람들이 자기 물건을 함부로 손대는 것도 무척이나 싫어하고 경계했다. 정해진 루틴에 따라서 행동하고 싶어 한다. 

아내와 나는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더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의 행동을 기다려주고, 지켜보고 있다.


그림책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에는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아이 베아트리체가 등장한다.

베아트리체는 여느 때와 똑같이 하루를 시작한다. 늘 그래왔듯이 짝을 맞추어 양말과 신발을 신고, 아침을 먹을 때면 동생 도시락까지 챙겨준다. 아이는 학교에 가려고 문을 나서고, 아이 앞에는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베아트리체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 익숙한 듯 보인다. '실수하지 않는 아이'로의 삶을 꽤나 오래 산 모양이다. 사람들은 아이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실수한 적이 없는 이 아이를 언제나 완벽한 아이, 스스로 잘 해내는 아이로 기억한다. 아이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건지, 스스로의 기준에 맞추려는 건지 오늘도 베아트리체가 아닌 '실수하지 않는 아이'로의 삶을 살아간다. 칭찬이 얼마나 힘이 강한지를 보게 된다. 아이의 완벽한 행동, 그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칭찬)은 그다음에도, 또 그 다음번에도 아이로 하여금 완벽한 행동을 반복하도록 부추긴다. 아이는 어제와 다른 오늘이 아니라 늘 그래왔던 오늘을 사는 것 같다. 그에 반해, 아이의 남동생은 완벽한 누나와는 달리 엉뚱한 일을 곧잘 하는데, 크레파스를 먹거나 두 손대신 발로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동생은 실수하는 걸 겁내지 않는다. 

베아트리체는 학교에서 요리수업을 하다가 처음으로 실수할 뻔한다. 케이크 만들기에 필요한 달걀을 가지고 오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진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지 아닌지, 베아트리체는 한 개의 달걀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일은 베아트리체에게서 얼마동안 떠나지 않는다. 그날 오후 베아트리체는 저글링 대회가 참여한다. 아이가 세 번 연속으로 우승해왔던 대회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가 얼마나 저글링을 잘 해낼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베아트리체는 사람들의 기대에 찬 시선 앞에서 공연하려다 처음으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들고 있던 저글링 공을 떨어뜨리고 그 순간 그 공간은 잠시 적막이 흐른다. 베아트리체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잔뜩 당황한 채 서있다가 피식 웃음이 터지고, 그 공간에는 누구도 왜 웃는지 알 수 없는 웃음으로 가득해진다. � 


나는 하임이가 실수를 했을 때 피식 웃어주려고 한다. 아이가 저지른 실수는 절대 잘못이 아니고, 그저 실수임을 알려주고자 한다. 나 또한 아이 앞에서 실수했을 때 미소 지으려 한다. 아빠도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는 아이에게 실수 앞에서 피식 웃어 보일 수 있는 여유를 전달해주고 싶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숱한 실수들은 절대 우리를 망가뜨리지 못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실수하지 않는 아이', '실수가 두려운 아이'가 아니라 '실수해도 괜찮은 아이', '또 해보는 아이'로 자라도록 돕고 싶다. 


아이가 실수 없이 잘 해냈을 때는 아이가 해내는 과정만을 언급해 주기로 한다. "정말 잘했네" 보다는 "네가 지금 이걸 하고 있구나"라고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나의 말이 아이로 하여금 '칭찬받고 싶은 아이'로 만들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실수해도, 실수하지 않아도 하임이는 하임이답게 멋지다고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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