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공부하는 아빠, 그림책 [너를 보면]
지난 연휴 우리는 포항 바닷가로 떠났다. 엄마를 닮아서인지, 아이들은 바다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10월의 바다는 아직 그리 춥지 않았고, 드문드문 차박을 하러 온 사람들 몇이 있었다.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양말을 벗어던졌고, 바짓가랑이를 접어 바다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바닷물이 발바닥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파도랑 겹쳐져서 들렸다. 그날따라 아이들은 바닷물이 만든 둥그스런 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줍다 보니 통 하나씩을 가져와 담아야 할 만큼 많아졌다. 돌을 담은 통은 '돌수집목록'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엄마! 내 돌수집목록 챙겼지?"
돌수집목록은 아이들과 함께 바다를 떠나서 우리가 지낼 숙소에도 왔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아이들 옆에 나란히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자기들이 직접 손으로 모은 돌들이 무척이나 소중했다. 나는 처음에 아이들이 돌을 주울 때만 해도, 집으로 가져가서 며칠이 지나면 아이들의 관심에서 금세 멀어질 것만 같았다. 돌수집목록은 여전히 아이들 가까이에 있다. 나는 집에서 놀던 아이들이 돌수집목록을 보면 그때의 바다를 떠올릴 테고, 직접 주워왔던 순간을 기억할 것 같아서, 나에게도 그 돌수집목록이 조금 소중해졌다.
피터레이놀즈 작가의 그림책 [너를 보면]에서는 아들의 소소한 행동들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이 담겨있다.
아빠의 시선에 담긴 아들의 행동은 저마다의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너의 노란 컵이,
너를 깨우는 노랫소리가,
비스듬히 비치는 아침 햇살이,
처음 만난 잠자리가,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너를 보면 알겠구나."
"너를 보면 알겠구나.
첨벙첨벙 뛰어놀 웅덩이가,
부었다 쏟았다 모래놀이가,
마루 위를 달리는 트럭이,
벽에 표시한 연필 선이,
너의 파란 그릇이,
빨간 공이,
쓰러진 나무가,
젖은 개의 냄새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늘 함께 있어서 스쳐지나갈 수 있는 아이의 행동들이 아빠에게 담겼을 때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림책을 보니, 나에게도 바닷물이라는 일상이 빚어놓은 많은 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돌들이 나의 노트에, 나의 시선에 기록으로 담기게 되면 아이들이 돌수집목록을 만들었듯,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될 것만 같았다.
그림책 [너를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