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공부하는 아빠, 그림책[지하정원]
내가 사는 동네 아파트에 관리소장 아저씨가 있다. 이 분은, 단지를 돌아다니시면서 만나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또, 한 손에는 집게 다른 손에는 봉투를 들고는 단지 내에 쓰레기를 줍고 다니신다. 어떤 날 오후에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을 한데 모아서 게임을 시작한다. 이 게임은 누가 이겨도 관리소장아저씨가 나누어주는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아저씨에게 게임으로 이겨서 간식을 받았다며 실컷 자랑했었다. 이 아저씨의 미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아저씨는 아침 등교시간이 되면, 단지 옆에 있는 학교 앞 횡단보도에 아침 일찍 나와 서계신다. 한 손에는 경광봉을 들고, 얼굴에는 역시 환한 미소를 띤 채 아학생들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아저씨의 경광봉 앞에 멈춰 선 차들도 아저씨의 인자한 미소 앞에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단지를 걷다가 아저씨를 또 만났는데, 나도 피식 웃으면서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의 웃음이 나에게로 전염이 된 것 같았다.
조선경 작가의 그림책 [지하정원]에도 다른 누군가의 삶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아저씨가 등장한다.
이 아저씨의 일은 나선형의 계단을 가진 걸로 유명한 지하철역의 계단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막차가 지나가고 나서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면 이 아저씨의 업무는 시작이 된다. 그날도 어김없이 자기가 맡은 청소를 하던 아저씨는 지하철 안쪽 구석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서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게 된다.
사람들의 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떠나지 않자, 아저씨는 냄새가 나는 그곳을 들여다보러 간다. 아저씨는 바깥의 햇살이 들어오는 창구로 쓰레기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게 된 걸 발견하게 된다. 그날부터 자기가 맡은 구역의 청소가 끝이 나면 곧장 그 쓰레기가 가득한 창구로 가서 조금씩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며칠이 지나자 그 창구는 말끔해졌고, 바깥의 빛도 들어오게 된다. 아저씨는 한 줌의 흙과 작은 식물로 그곳에 정원을 만들게 된다. 아저씨의 보살핌과 바깥에서 받아들이는 햇살로 인해서 작은 식물은 어느새 키가 자라 잎사귀가 밖을 향하게 되고, 더 시간이 흐르자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의 안식처가 될 만큼의 높이까지 자라게 된다. 아저씨의 검었던 턱수염이 하얗게 변해버릴 만큼 시간이 흐른다. 흰 수염 아저씨는 언제나 그래왔듯 나선형의 계단을 가진 지하철역에 자기 담당구역으로 청소도구와 함께 청소를 하러 간다.
누군가의 작은 친절이 쌓이고 쌓이면 때로 그것이 많은 이들에게 선물이 되기도 하나보다. 아파트 관리소장 아저씨와 그림책 지하정원에서 만난 청소아저씨, 두 아저씨의 삶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인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기여하는 그들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