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를 했죠. 좀 더 공부할 걸.“
“저는 늑대 구경 좀 더 하고 갈게요.”
땀이 삐질나고 있던 차에 그의 선택은 놀라울 뿐이었다.
그는 홀로 뒤뚱거리며 늑대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대단하시네요.”
가이드는 언덕을 오르는 남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동물원 한 바퀴를 빙 돌고 있던 중이었고,
생각보다 큰 규모에 다들 지쳐있었다.
“어차피 자유 관람 시간으로 드렸으니까 자유롭게 관람하셔도 됩니다.”
가이드는 내심 자신을 계속 졸졸 따라다니는 투어팀이 귀찮은듯 했다.
늑대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한 남자와 크게 대화할 기회가 많진 않았다.
투어 중 같이 식사할 시간이 있어도 홀로 맨 끝에 앉아 먹는 남자였다.
그나마 오늘같이 더운날 투어 중 한 번 들린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덥고 짜증나니 서로 어떤 말이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삼수를 했죠. 좀 더 공부할 걸.“
그는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지친 여름에 컵은 벌써 이슬이 맺혔다.
“신촌 근처에서 살았어요.”
그리고 그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정적을 참지 못하는 성격 상 나 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때 그냥 같이 바깥풍경이나 볼 걸 싶기도 하다.
그는 서울에 살았고, 대학을 나왔고, 최근 고향으로 돌아왔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일을 다시 구하는 중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그는 늑대를 보고 싶다며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그에게 묘한 호기심이 있던 나는 그를 따라 가보기로 했다.
“늑대는 굴을 파고 살죠. 이들은 과연 행복할까요?”
언덕이 생각보다 높아 헉헉대며 오르니 사내는 빤히 늑대들을 보고 있었다.
유리장 안에 갇힌 늑대는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 동물원 시설 개선이 많이 되고 있더라고요.
아까 원숭이랑 새들은 풀어 둔 것도 신기하더라고요.”
동물원에 올때마다 만나는 껄끄러운 질문이라 생각해
나는 하하 웃어보았다.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산다고 합니다. 그리고 홀로 떨어져 남았을 땐 버려졌다 생각하고요.”
남자가 말했다.
“이들은 어쩌면 버려졌다 생각할 겁니다. 무리로부터.”
“그렇군요.”
나는 적당한 말을 찾다 그냥 맞장구쳤다.
“결국 값싼 이들은 삶을 다할때까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겠죠.”
남자는 유리장을 손끝으로 쓸었다.
마치 저 늑대가 자신이라도 된 것 처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모습은 집에 와서도 어른거렸다.
몽키랜드와 버드랜드엔 비싼 동물이 살고 늑대는 유리장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