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브런치의 계정은 아내의 계정이다. 분명 어릴 때는 신기술에 대한 적응이 빨랐는데, 이제 점점 힘들어진다. 뭔가 새로운 걸 접하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오래 걸리고, 회원가입마저 버겁다.
나는 글을 쓰기 전까지는 브런치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고, 읽어 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아내는 브런치 글을 자주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한테 브런치에 글을 써보라고 추천도 했겠지만.
처음 브런치를 만들었을 때는 지인들 모르게 완전한 익명으로 운영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친인척들이 알게 되었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홍보하고 구독해달라고 하였다.
구독자수는 많이 올랐지만 나와 비슷한 많은 지인들은 딱 구독까지만 해주고 그 다음에 글은 읽지 않는 것 같다. 이해한다. 그들도 버겁겠지. 그들에겐 네이버 메인 클릭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힘든 과정을 거쳐 읽어주시고, 좋아요 눌러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다.
말이 샜는데, 오늘에서야 브런치에는 구독해 놓은 작가의 글과 읽어본 글이 보이는 피드라는 기능이 있는 걸 알았다. 어떤 글들이 있나 보니... 이럴 수가 이혼에 관련된 글이 엄청 많이 있었다. 나는 이 사람들을 구독한 적도 글을 읽은 적도 없는데... 아내가 그 글들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그러고 보니 이혼 관련 글을 읽고 이혼당한 남자의 케이스를 말해 줬던 것이 생각난다. 순진하게도 난 그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행동거지를 한번 더 되새겨봤었는데 이게 다 아내의 설계라면?
엊그제, 저녁시간에 일을 하는 아내를 위해 저녁 설거지를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섰는데 이것도 혹시? 진정 나의 자발적 의지가 맞았나?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듯하다.
아내가 구독을 한 것도 언젠가 내가 피드를 확인할걸 알고 이혼 관련 글들을 지뢰처럼 깔아놓은 것인가? 그 일들이 나한테 닥쳐오지 않도록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는 뜻이었을까? 아니라고 하기에는 관련 주제의 글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