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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시간

by 모래쌤

2025년 10월 1일, 제인 구달 향년 91세로 별세헸다.

그리고 2025년 11월 25일 이순재 선생님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제 이순재 선생님 소식을 듣는 순간 든 생각은 '끝났구나.'

또 한 사람의 인생이 그렇게 완성되었구나. 였다.


성공적인 삶을 살고 가신 두 분이 부럽다.

성공했다는 것이 유명세를 말하거나 부귀영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분들은 한평생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셨다.

평생을 그렇게 한 길을 가신 것이 성공이 아닐까. 어려운 일을 해 내셨으니 성공이다.


나도 그렇게 살아내고 싶다.


우리 아버지. 역시 한 길을 가고 계시는 분이다. 평생을 돈도 명예도 안 따라주는 길이었으나

계속 그 길을 가고 계시다. 그러니 성공한 인생을 사시는 것이구나.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우리 아버지 백운 김영민화백 1941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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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그런 것 같다.

한 5년 쯤 되면 뭘 좀 안답시고 까불고 거만해진다.

10년 쯤 되면 도라도 통한 것처럼 '내가 이 바닥에서만 십 년이야' 이러고.

20년 쯤 되면 이제야 조금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주변에서 인사를 받기 시작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는 때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맞다.


30년이상 같은 일을 한 사람들을 보면 겸손하다.

꾸밈없이 핵심만 남기고 군더더기는 버린다.

그런 분들은 삶도 단순하다.




나는 독서지도사로서 20년차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오래 하셨다.'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나는 부끄럽다. 그동안 해 놓은 게 뭔가싶고. 꼭 뭘 그렇게 해 놔야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 있어야 살맛이 나지 그날이 그날 같은 맹숭맹숭한 날은 별로라 자꾸 뭔가 내 삶에 의미를 찾게 된다. 기왕 살아야 한다면 살 맛을 느끼며 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자꾸 뭔가를 한다. 옆에 사람이 잘 안 붙어 있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겠지. 앞만 보는 것 같다.




살면 살수록 더 그렇게 되는 것 같고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다.

사랑하는 언니를 먼저 보낸지 십년, 믿고 의지했던 남편은 먼저 보내고 2년.

그런 경험들은 사람을 피폐하게 한다. 과거를 추억하면 슬프고, 아름다운 미래 같은 건 그려지지 않으니

오늘을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 앞만 보고 간다.






나는 정말 책 덕분에 살아왔고 오늘도 책 덕분에 사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수업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암흑같은 시절들을 견디게 해 준 것도 책이다.

요즘은 글까지 쓰게 되어 브런치에서는 작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또한 전자책을 써서 초고가 완성되는 단계에 있어 조만간 비록 분량 얼마 안되는 전자책이지만 내 책을 갖게 될 것 같아 뿌듯하다.



세상에 이런 직업이 있을까?

온전히 나를 갈아 넣고 나를 녹여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한참 그 일을 하다보니 갈아 넣고 녹인 내가 더 멋있고 더 단단하고 크게, 더 아름답고 훌륭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놀라운 일이다.



지금 나의 시간은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고독하지만 괜찮다.

부아 C 의 신간 에세이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라는 책의 제목처럼 비록 많이 외롭지만 잘 살고 있는 것이라 믿자.



멜 로빈스의 <렛뎀이론> 에 이런 문장을 읽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내 영혼이 이끄는 길을 따르라고.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적용한다. 내게 주어진 내 삶을 충성되게 가겠다. 여기서는 외롭지만 성실하게 내 길을 가다보면 그 끝에서 외롭지 않게 되겠지. 그곳에 갈 때까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말고 꿋꿋하게 가자. 그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나답게 사는 것이라고 믿으니까.



나의 지금은 읽고 쓰는 시간이다.

말하는 시간은 아닌 것 같다. 억울하고 분해도 말하지 않는다. 누구를 붙들고 하소연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은 순간에도 나는 책을 읽는다. 읽으면서 내 문제를 생각하고, 쓰면서 해결한다. 그리고 날마다 성장함을 느끼니 그게 살 맛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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