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의 문해력이 갈수록 떨어져 걱정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갈수록 문해력이 더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교육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이라면 통계자료를 보지 않아도 느끼는 일이다. 책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해 온 기간이 길수록 지도하기는 더 어렵다. 초등 5,6학년이 되었는데 초3단계의 책도 이해를 못한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우선 아이가 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하기에 어렵고, 많은 에너지를 들여 노력해야 하므로 쉽지 않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중시간이 짧다. 부모님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모르신다. 현장에서 이런 친구들을 만날 때면 부모님들을 교육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 경우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와 부모와 선생님이 한 마음으로 노력했을 때 극복해 낸 경우도 있었고, 도중에 아이도 부모도 포기하여 실패한 경우도 있다.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상황 파악을 먼저 해보고 문제가 뭔지 찾고 그것을 해결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먹는 게 먼저라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특히나 학원을 데려다 놓는 것으로 부모의 역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이런 친구들의 경우 오히려 집에서의 교육이 절실하다. 만약 내 아이의 문해력이 걱정되신다면, 아이가 교과서 이해를 못하거나 문제집을 풀 때 지문 이해가 전혀 안되거나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못 풀어낸다면 이렇게 해 보시길 바란다.
먼저 자기 단계에 맞는 책을 낭독하도록 해 본다. 이해를 못하는 친구들의 경우 낭독해 보면 영어로 치자면 파닉스? 가 안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읽을 때는 쓸 때처럼 읽고 쓸 때는 소리나는대로 쓴다. 예를 들어보자. '선후가 책을 읽었다.' 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을 읽을 때는 '서누가, 채글 일거따'로 해야 하고 받아쓰기 할 때는 '선후가 책을 읽었다.' 라고 해야하는 데 이걸 반대로 한다는 것이다. 읽혀 보면 '선/후/가 책/을/ 읽/었/다'로 하나하나 떼어 읽는다. 그리고 쓰라고 하면 저렇게 쓴다. 이렇게 읽으면 이해할 수 없다.
'독립적이다'라는 말을 '동닙쩌기다' 라고 발음할 때 그나마 알아 들 수 있지 '독/립/적/이/다' 라고 낱자로 읽어버리면 단어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아이는 사실상 책을 본 것이 아니라 글자를 본 셈이다. 너무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전문 용어로 가득한 지문을 읽거나 전문 서적을 보며 난감했던 경험들이 아마 있으실 것이다.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을.
한번은 6학년 친구를 만났는데 아이의 얼굴에서 그런 마음이 보였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져 옴을 느꼈다. 얼마나 답답하고 부끄러웠을까. 6학년이나 된 녀석이 이런 것까지 모른다고 질문할 용기도 없었을테고. 대충 알아듣는 척을 하느라 애썼을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이 경우 부모님의 도움이 절실하다. 사교육 교사로 일주일에 한두번 아이를 만나는데 혼자 힘으로 변화시키기 어렵다. 먼저 아이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셔야 한다. 평소 대화에 전혀 문제가 없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데 무슨 그렇게까지 문제가 있다고 하는지 안 믿으시는 분과는 결국 아이 지도를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선생님을 신뢰하시고 한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려 하시는 분과는 함께 지도가 가능했고, 아이도 많이 발전했었다. 일단 다른 것에 할애하던 시간을 소리내서 읽고, 어휘 익히고, 글쓰고 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기본 중에 기본인 일들이지만 뭐 특별한 방법도 없고, 빨리 갈 방법도 없다.
부부끼리 운전 연수 못시켜 준다던데 아마 답답해서 화가 나는 경우도 많으실 것이다. 참으시라. 지난한 시간일 수 있으나 부모님께서 꼭 아이와 함께 소리내 읽고, 새로운 어휘는 단어장을 만들어 익히고 받아쓰기 시험도 보고. 이렇게 날마다 읽기 연습을 해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교재들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는 교과서 국어책이나 사회책을 활용하면 좋겠다. 이렇게 매일 연습하면 아이들이기 때문에 금방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수업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낭독을 시키고 선생님이 읽어주는 것을 듣게 하며 수업했을 때 아이들의 읽기 실력이 나아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매일 지도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고 집에서 매일 이렇게 하면 훨씬 빠르게 학교 수업도 따라갈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두 번째 경우는 파닉스 문제는 아니지만 어휘력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다. 어휘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쉽게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다. 우리가 영어 지문을 읽는다고 가정해 보자. 파닉스는 되니까 읽기는 하는데 어려운 지문으로 갈수록 어휘 뜻을 모르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돼서 어떻게 했다는 것 같긴 한데 무슨 말이지? 라고 난감해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말로 된 책을 읽는데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스티븐 호킹의 <우주의 역사>라는 책이었는데 그 분야의 기본서라고 하던데도 나는 너무 어려워서 한 페이지를 붙들고 계속 반복해 읽고 단어뜻 찾아보고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말로 된 책인데도 어휘를 모르니 낱자를 읽을 뿐 아무 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어휘 공부가 필수다. 아이의 수준보다 살짝 어려운 책을 골라 읽으며 모르는 단어들을 모아 단어장을 만드는 것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제일 좋다. 다양한 활용 문장을 익힐 수 있다. 우리말은 한자어가 많아서 한자의 뜻도 함께 찾아볼 수 있어 좋다. 이렇게 하나하나 단어를 모아 반복 학습을 하면 좋겠다. 영어 단어 공부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하나는 관용표현이나 고사성어, 속담 등을 익히는 것이다. 요즘에는 학년에 맞는 다양한 교재들이 나와 있어서 이것을 참고하면 편리하게 익힐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나온 표현들을 따로 단어장에 어휘 모으듯 모아가면 자기화 할 수 있어 효과는 훨씬 높다. 특히 학습에 지쳐있는 친구들이라면 더더구나 문제집을 들이대는 것이 역효과일 수 있다. 책만 많이 읽어도 어느 정도 알게 되는 어휘가 있기때문에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활용해야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수업시간에는 어휘들을 익히고 나면그 어휘들 중 몇 단어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문단쓰기를 하거나, 한 문장씩 돌아가며 이어지도록 스토리를 만들어 말하기 게임, 칠판에 어휘 몇 개를 써주고 떠오르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기도 한다. 다양한 활용만이 살아있는 지식이 될 수 있다. 특히 관용표현이나 고사성어, 속담은 활용이 쉽지 않은데 이것을 활용해 내면 확실히 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간은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하는 시간이다. 미션 수행 형식이고 미션이라는 것은 수행하고 나면 보상이 따르기 마련. 푸짐한 간식을 제공해서일까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이고 의욕이 불타는 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