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에 이사를 했을 때, 집 바로 근처에서 한창 땅을 파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만 되면 작업 소리가 들려서 잠을 깰 때도 있었다. 가벽을 세워놓고 공사를 하다가 며칠 전 퇴근길 가벽이 사라지고 콘크리트 건물이 드러났다. 아직 수도나 전기 설비가 들어가지 않은 상태이지만 드러낸 건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적지 않은 충격이 왔다.
이사 온 지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을까. 땅을 파던 공사 현장이 어느새 윤곽이 드러난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건가 싶어서 조바심이 났다. 하루 한 장, 최소 7장 분량의 글을 쓰자고 다짐했건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 계획대로 실천했더라면 적어도 어느 정도 분량은 채웠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 회사의 시간은 항상 일에 쫓겨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일과 나를 분리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일이 내 인생에서 그렇게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는다고 되뇌었건만. 하루 9시간의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역시 그런 걸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데 회사의 비중은 적게 만들지만 내가 회사에서 어마 무시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구별할 필요를 느낀 순간이었다.
9시간을 글을 쓸 수 있는데 할애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글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싶기도 한다. 만약에 퇴사를 한다면 하루 종일 무엇을 하고 싶을지 끄적였다. 생각보다 소소한 것들. 글을 더 많이 쓰고 사둔 책들을 더 많이 읽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다음에는 일상을 조금 더 윤택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대청소.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싶은 시간을 갖고 싶다.
지금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이렇게 글을 끄적이고 콘셉트를 구상하는 시간들을, 공사현장에서 땅을 깊게 파는 과정이라면, 나도 언젠간 막아뒀던 가벽을 모두 치우고 윤곽만이라도 좋으니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결과를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