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어느 더운 여름날의 일이었다. 너는 무표정한 얼굴로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이 흘러내릴 것 같은 그런 계절이었다. 나는 가만히 너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 따위는 안중에 없는 너의 눈빛을 받아내고 싶었다. 한 구석이 뚫어질까, 그렇게 계속, 계속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일어난다. 더위를 쉬이 느끼지 않는 나조차 이마에서 땀이 삐질 나기 시작하던 찰나였다. 나는 너를 따라 일어난다. 차마 발걸음은 함께 움직일 수가 없다. 묵묵한 너의 너른 등이 말한다. 나는 대신 너의 발걸음에 시선을 얹는다. 발 대신 움직이는 눈. 납작한 너의 눈빛. 눈을 감아도 보이는 너의 콧날. 영 떼어질 줄 모르는 그 입까지. 모든 것이 내게 말하는 것은 진실이었다.
그림자처럼 너의 등을 좇는 내게도 단 하나의 거짓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소리 없이 벙긋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