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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롬 Oct 10. 2024

노란 우주


마음이 날아다닌다. 온 세상으로 날아오른다. 내 안에 반짝이는 것들을 꺼내어본다. 무엇인가 그대, 무엇인가 당신.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말로 답한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당신의 아름다움을 나는 모른다로 답한다. 


그대로부터 날아오는 향기에 대해 생각한다.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그 오묘함에 나는 그저 눈을 꾹, 감는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무력하다. 무력하게 오고 가는 것이 있다. 눈물이 터지기 직전의 물기로 너를 바라본다. 다시금 나에게 그 향기가 걸어온다. 네가, 네가.


갑자기 사라졌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내 앞에 나타나는 네가 보인다. 아스라이 고고히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네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가까이 가면 사라지고 한 발자국 멀어지면 보이는 네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신기루보다 또렷하고 구름보다 가볍게.


나는 단 한 순간도 너를 멀리해본 적이 없어. 네가 뿜어내는 빛에 데일까 두려워해 본 적이 없어. 너로 인해 내가 불타버린다면 그것 또한 나의 몫이겠지. 나는 활활 타올라 무엇보다 가볍게 날아오르는 잿더미가 될 것이다. 


노란 눈망울을 바라본다. 우주가 그곳에 있다. 무한한 그것에 나는 심장을 내어준다. 너는 그것조차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돌려버리고서는 걸음을 옮겨버린다. 스쳐 지나간 너의 입에 미소가 걸려있다. 너는 이 장난이 재미있지?


꿈속에서 나를 붙잡은 이가 있었다. 나의 옷자락을 잡고, 나의 손모가지를 잡고, 뿌리를 깊게 내려버린 나무가 되어버린 그가 있었다. 잡은 손을 놓을라 치면 그는 몇 번이고 다시금 나타나 말없이 나를 놓지 말라고 했다. 여러 해가 반복되는 꿈이었다.


오늘 꿈속에서 나는 너를 만났다. 너의 장난에 너덜너덜해진 나에게 너는 색이 되었고 말이 되었다. 어찌하여, 어찌하여. 나는 그저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너에게 다가간다. 너는 그 자리에 곧게 서 있다. 어느 날 기차를 탄 채 마주했던 너른 언덕의 한 그루 측백나무처럼, 나는 움직이고 너는 가만히다. 따스히 너의 손을 잡고, 발그레한 너의 뺨을 한 번 어루만지고, 처음으로 허락된 노란 우주를 이제야 마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그라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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