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19
도시 한복판에서,
바쁘게 걷던 발걸음이 문득 멈췄다.
“아, 숨이 차!”
시끄러운 도시 소음,
답답한 잿빛 공기,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내 목을 조여 오는
줄무늬 넥타이.
“힘들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쉬고 싶었다.
그래서 길가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았다.
눈에 보이던 것들이 사라지자
귀에 들리던 소리도 점점 멀어져 갔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의 배경음을 지워 버린 듯
하얗게, 나만 남았다.
그 순간,
작은 새소리가 들렸다.
신기했다.
이 소란스러운 도시에서
작은 새소리가 이렇게 선명할 수 있다니.
눈을 떠보니
가로수 나뭇가지 위에
이름 모를 작은 새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 아래로,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코끝에서 꽃향기가
노랗게 피어나는 것 같았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도심 사이로 흐르는 개천에서는
맑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일하는 사람들의 흥얼거림,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낮잠을 자는 어르신들.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서도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
조용히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조금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도시 속으로!
*
갑갑하고 숨이 차면
침묵 속으로
짧은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