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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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나무 위에 둥지 하나가 있어요.
그곳에 새 한 마리가 살고 있어요.
그 둥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은 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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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작은 새가 둥지를 떠나갔어요.
며칠이 지나도록 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둥지는 혼자 긴긴밤을 외롭게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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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작은 새가 둥지로 날아왔어요.
작은 새는 온몸이 지쳐있었어요.
그날 밤, 둥지는 밤새도록
작은 새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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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는 둥지 품 안에서 편안하게 쉬었어요.
새의 몸도 다시 건강을 회복했어요.
둥지는 작은 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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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작은 새가 다시 하늘 위로 날아갔어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둥지는 다시 혼자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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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릴 수 없는
많은 낮과 밤이 지나갔어요.
하지만 둥지는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어요.
빈 하늘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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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기다란 나무 위에
메마른 둥지 하나가 바람에 흔들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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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결같은 둥지, 그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둥지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