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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필름 한 장

그림 없는 그림책 2

by 수형

마지막 필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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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삼촌이 일회용 카메라를 나에게 주며 말했어요.


"딱 한 장 남았어. 네가 찍고 싶은 거 찍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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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찍을까?'


신이 나서 집 앞 놀이터로 갔어요.

나도 삼촌처럼 멋진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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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민기를 봤어요.

민기는 어릴 적 병 때문에 늘 목발을 짚고 다녀요.

오늘도 혼자 놀이터에 앉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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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어두운 얼굴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민기.

나는 민기에게 다가갔어요.


“민기야, 내가 사진 찍어 줄게? 치즈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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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어요.


“이거 진짜 필름 있어.

내 첫 작품이니까 활짝 웃어 봐. 치즈~”


난 마지막 필름 한 장으로 민기를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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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삼촌이 나에게 사진 한 장을 주며 말했어요.


"너 사진 잘 찍네. 느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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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른 종이 사진을 받아 보았어요.

거기서 처음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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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고 있는 민기의 얼굴을.


삼촌 말대로

민기 얼굴도, 내 마음도

느낌이 좋았어요.




# 후기

마지막 필름 한 장이 남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면

나는 무얼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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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