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햄버거 세트를 시켜 먹었다. 햄버거, 감자튀김 그리고 치즈스틱까지 완벽한 한 상이었다. 햄버거 한 입을 먹고, 우물우물 씹다가 감자튀김 두 어개를 집어 먹었다. 그러다 왠지 치즈스틱에 눈길이 가서 참지 못하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다시 감자튀김, 햄버거, 치즈스틱. 또 뒤죽박죽 순서로 한 입씩을 먹었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요란스레 한 메뉴씩 번갈아 베어 먹는 게 이상하리만치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다는’ 음식에 대한 큰 욕심인 건지. 아무튼 나는 단지 햄버거 세트를 시켜 먹었을 뿐인데, 갑자기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무슨 햄버거 하나에 이렇게 심각해?라고 할수도 있지만 이건 나름 나 스스로의 오랜 성찰에로 알게 된 고질적인 습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먹는 것뿐만 아니다. 나는 뭘 할 때 어떤 것 하나에만 집중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문서작업, 공부를 할 때 가사 없는 음악 하나쯤은 귀에 들려야 한다. A 파일에서 작업을 하다가 자료만 참고하기 위해 연 B 파일을 갑자기 업데이트하는데 갑자기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언제나 인터넷 창에는 최소 5개의 탭이 대기하고 있다. OTT에서 겨우 고른 콘텐츠 하나를 채 5분을 온전히 보지 못하고 갑자기 메신저 답장을 하거나 다른 영상 플랫폼으로 넘어가기도 일쑤이다.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치즈스틱을 한 입씩을 번갈아 먹듯이 다른 상황, 다른 분야에서도 한결같이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이 기현상을 어떤 단어로 설명하면 좋을까. 주의 산만? 욕심? 아니면 그냥 현대인의 고질병?
하지만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하기에는 이 의문은 햄버거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끝없는 자기 가스라이팅 지옥에 빠진 나를 구한 건 의외로 간단한 생각 하나였다.
한 가지 메뉴만 계속 먹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한 가지 메뉴를 클리어하고 다음 메뉴로 넘어가는 분들이 있다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하지만 다른 음식의 식감과 맛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다른 감칠맛을 보충해서 맛을 극대화하는 건 지극히 그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한 평범한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다른 습관들도 이렇게 합리화할 수 있을까. 굳이 하자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문서작업을 할 때 음악을 듣는 건 지루한 작업은 해야 하지만 동시에 즐겁고 싶기 때문이다. 갑자기 다른 파일을 업데이트하는 건, 그만큼 그 파일이 중요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기 때문이다. 탭을 여러 개 열어 놓는 건 작업 상 편의를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이고, OTT 콘텐츠를 보다 다른 걸 하곤 하는 습관은 글쎄.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 사실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렇다. 사실 이 글은 사실 거대한 합리화의 장. 햄버거에서 시작한 스스로에 대한 불만과 걱정을 잠재우기 위한 발단 전개 (위기 없는) 절정 결말에 해당한다.
결말 이후의 에피소드를 적자면,
사실 햄버거를 먹다 문득 든 이 고민은 그냥 햄버거세트 만큼이나 가벼운 고민일 뿐이었다는 것. 조금 더 요즘 식으로 말하면 ‘발 닦고 잠이나 자자’